14일내 관련서류 미제출시 계좌지급정지 해제안 추진
'부분계좌지급정지'도 논의
'부분계좌지급정지'도 논의
#.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L모씨(50대)는 지난 4월 15만짜리 꽃다발에 현금 200만원을 포장한 돈 꽃다발을 주문받았다. L씨는 꽃다발에 대한 대금을 계좌 입금을 통해 받기로 했다. L씨가 평소 인터넷홈페이지나 광고전문지 등에 계좌를 널리 공개한 이유다. 금융사기범은 L씨의 꽃집 계좌를 금융사기용 통장으로 악용해 보이스피싱을 통해 유인한 K모씨에게 585만원을 입금토록 했다. 얼마후 금융사기범 일당은 꽃집을 방문해 현금차액 370만원과 선물바구니를 가져갔다. 이 사건으로 585만원을 송금한 피해자 K씨는 꽃집 계좌를 사기이용계좌로 신고해 지급정지토록 했다. 결국 꽃집 주인 L씨는 해당 계좌에서 585만원은 물론 잔액 전체를 찾지 못하게 됐다.
금융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계좌지급정지' 제도의 허점을 악의적으로 활용해 선의의 피해자를 낳게 만든 사례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억울하게 지급 정지된 계좌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계좌지급정지 신청자가 14일 이내에 '사건사고사실확인원'과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계좌지급정지를 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지급정지 신청된 계좌 중 피해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잔액에 대해서는 지급을 허용토록 하는 '부분 계좌 지급 정지'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금융사기 특별법) 수정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금융사기 특별법은 보이스피싱, 피싱사이트 및 대출사기 등 금융사기 피해자는 금융기관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지급정지된 피해금을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피해자는 피해금을 송금 및 이체한 경우 112나 해당 금융회사 상담콜센터에 유선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한 후 '사건사고사실확인원'과 '피해구제신청서'를 금융기관에 서면으로 제출해 피해 환급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개인이나 법인(자영업자)의 통장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계좌 주인은 계좌를 이용할 수 없는 현행 금융사기 특별법의 허점을 악용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특정인이 선량한 개인이나 법인의 계좌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계좌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할 경우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최소 2개월 가량 본인의 계좌를 이용하기 어렵다.
특히 외부에 노출된 자영업자 계좌가 몰래 금융사기에 활용된 후 피해자로부터 계좌지급정지 처리되는 피해사례가 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타인의 계좌를 고의로 정지 시킨 후 해제를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 수법까지 등장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억울한 계좌지급정지를 단기에 해제하고 계좌의 부분 정지를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마련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좌 지급 정지제도가 금융사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와 반하게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사기 방지와 악용 방지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감에서도 김용태 의원이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꽃집 금융사기 사건'을 예로 들면서 계좌지급정지 악용 사례에 대한 개선에 대해 질의했고, 진 원장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