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4·③) 줄여라, 늘려라, 없애라.. 국회의원 자리싸움 '시끌시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2 17:49

수정 2015.09.22 17:49

4부. 로마가 부러우면 로마법을 만들라 (3) 비례대표제 논란
신뢰 잃은 비례대표제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 내기보다 총선 앞두고 지역구챙기기 바빠 19대국회 52명 입법활동 낙제점 구색맞추기용 비난 목소리 높아
핵심은 공천제도 개혁
당대표 권한만 키우는 공천 관행 투명하고 획기적 제도 만들어야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4·③) 줄여라, 늘려라, 없애라.. 국회의원 자리싸움 '시끌시끌'

국회가 비례대표제 문제로 시끄럽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비례대표 규모의 축소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효용성' 문제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63년 첫 도입 이후 대표성, 다양성, 전문성 등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는 운영과 공천 과정에서의 투명성 문제 등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급기야 선거구 획정을 이유 삼아 비례대표 축소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의 기저에는 비례대표제에 대한 불신 확산이 깔려 있다.
더불어, 전반적인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계속된 논란의 핵심"이라며 "특히 공천 제도의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만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례대표제 끊이지 않는 논란

비례대표제도는 국민 대표성과 입법 활동에 대한 보완 등을 위해 도입됐다.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구성이 사회적 소수 약자, 계층, 직능 등 사회 각 분야를 대변할 수 있도록 짜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생존이 달린 지역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비례대표들이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지역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입법과 정부 감시 등 국회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가 변질되면서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의정활동, 총선을 앞두고 '관심 지역구' 챙기기에 바쁜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의 행태는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실제, 본지가 국회 모니터링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들의 본회의 통과 확률은 지역구 의원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1일을 기준으로 할 때 여야 비례대표 의원 52명이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법안은 119건으로 대표발의한 법안 2559건의 4.7%였다. 이는 지역구 의원 246명의 법안 가결률인 6.5%(1만23건 중 653건)보다 1.8%포인트 낮고 19대 국회 전체 발의법안의 평균 가결률(6.1%.1만2581건 중 772건)에도 못 미쳤다.

대표발의한 법안 중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의원들이 모두 18명에 달했고 6명은 한 건을 통과시키는 데 그쳤다.

도입 취지와는 달리 의정활동보다 지역구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19대 국회 총 52명의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약 40명 정도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출마 희망 지역구 내에 사무소를 차리고 표밭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한창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들보다 더 지역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 "공천제도 개선 필수"

비례대표제가 도입 취지에 맞게 '리베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천 제도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야가 공천심사위원회 등 제도화된 방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례대표 대상을 고려할 때는 인맥, 투철한 당심, 전문성 등을 많이 보는데 그중에서도 인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겠느냐"면서 "인맥 정치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의 비례대표 의원들 직업도 일정 영역에 편중된 경향이 짙다.

본지가 16대부터 19대까지 비례대표 의원들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정치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16대 국회에서는 전체 비례대표 의원수(46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34명에 달했다. 이후 '제 식구 챙겨주기'라는 여론의 비판에 정치인을 상당 부분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단일 직업군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비례대표 문제점에 대해 "장.단점이 다 있지만 가장 큰 단점은 계층이나 직업 등 비례대표의 기본 취지인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특히 평소 당에 기여했던 사람들을 비례대표로 추천하는 것은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리당략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대표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서 "특히 여당일수록 대학교수 등 고위공직이나 전문직에만 몰려 있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비례대표를 공천하는 방식부터 투명하고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회 들어와서도 문제지만 공천 제도의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렇지 않는 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비리 공천을 늘리는 것이고, 당 대표 권한만 강화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 원장은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선출 시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당 차원에서 선출 기준을 보다 엄격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례대표 심사과정도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해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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