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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3·②) 벤처투자 '트라이앵글' 균형 맞춰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6:57

수정 2015.09.30 21:53

(3) 창업 대박으로 가는 길  2. 미다스 손으로 거듭나는 투자집단
정책금융 비중 줄여라
정권 임기내 성과 내기 위해 퍼주기식 자금 집행.. 선심성 지원에 중복투자 넘쳐
벤처투자 정책금융 비중 GDP 대비 7.33%.. OECD국 평균의 두배

옥석 가려라
선택과 집중 못하면 좀비기업까지 키워 벤처생태계 악순환
엔젤이 발굴한 기업 캐피털이 끼어들어 진흙탕 싸움 말아야

민간 투자기관 영역 넓혀라
정부 지원금보다 민간 투자 확대돼야 자생적 창업생태계 활성화
문제는 대부분 후기단계에 안정적 투자.. 벤처캐피털 역할 퇴색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3·②) 벤처투자 '트라이앵글' 균형 맞춰라

창업 생태계의 원활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 벤처업계의 투자패턴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창업기업들의 자생적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대원칙에 입각해 무늬만 창업벤처인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시혜적 지원을 과감히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 수익을 좇아 창업 후기단계에 진입한 기업 투자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민간 투자기관들의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시대적 투자시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세 가지 관점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지원금과 민간의 엔젤 및 벤처투자 간 비중을 놓고 볼 때 정부 지원금을 줄이고 민간 투자가 확대되는 게 자생적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아울러 정부 정책지원금이 불가피하더라도 중복지원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될성부른 창업기업에 선별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민간 엔젤 및 벤처캐피털 업계도 기존의 보수적 투자관행을 깨고 혁신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인프라를 재구축해 초기 창업벤처투자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금융 '선택과 집중' 절실

역대 정부마다 정권 내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막무가내식으로 늘리는 게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한정된 정책지원금을 선심성으로 뿌리다 보니 이를 악용한 한계기업들의 지원금 타먹기라는 부작용도 끊이지 않는 데다, 잠재성 높은 우량 예비창업기업들이 제때 자금수혈을 받지 못하는 구축효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무분별 선심성 정책자금 지원관행이 우리나라 벤처생태계의 자생력을 오히려 갉아먹는 아이러니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 역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의 양적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초기창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금은 지난 2008년 3조1500억원(1만5441개)에서 2013년 4조8900억원(4만244개)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기 신용보증 자원 규모 역시 49조원에서 7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의 비중(2007~2010년 평균)도 7.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6%를 크게 웃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일본(12.14%) 정도다. 미국(0.45%)과 영국(0.03%)과는 비교도 안된다.

그러나 중기 정책금융이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우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원정책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정책들은 재구조화하거나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기 정책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해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중기를 지원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문제는 성장성이 높지만 일시적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보다는 영업을 통한 생존이 불투명한 기업에 자금이 흘러갔다는 점이다.

중복.쏠림 지원도 적지 않다. 또 지원을 받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 효과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20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지분에 투자하는 벤처금융산업 역시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결성조합 출자자 비중을 보면 금융기관(산은.정금)의 비중이 22.6%(12.6%), 연금.공제회 20.4%, 정책기관(모태펀드) 17.0%(14.7%), 기타단체(성장사다리) 12.4%(10.7%)에 달했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의 정책자금은 '옥석 가리기'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가려낼 능력이 없다 보니 지금은 정부의 정책자금을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까지 모두 골고루 나눠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 정책자금이 한계기업의 연명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민간 투자기관 제역할 위한 혁신 시급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지원 정책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도 창업생태계 복원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민간 투자기관들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부가 구멍난 자금 수혈을 떠맡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간 투자기관들도 '될성부른 떡잎'을 가려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가 조사한 업력별 투자추이를 보면 지난해 국내 창업투자사들이 투자한 창업 3년 미만인 초기기업은 전체의 46.8%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 초기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전체의 30.8%에 불과하다. 반면 창업한 지 7년을 넘긴 후기기업에 대한 금액 비중은 44.4%로 초.중.후기 가운데 가장 높다. 높은 투자 위험을 짊어지는 대신 높은 수익을 얻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퇴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 탓에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2011년 105개를 기록했던 국내 창업투자회사 수는 2015년 1월 말 현재 101개사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결성조합 출자지 비중 역시 13.3%에서 11.7%로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기관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이 시급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기엔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경합하는 기술들 간에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력이 많지 않다"며 "국민연금 등 연금이 나서서 빨리 민간전문가 육성 등 시장의 기초를 마려하는 것이 자본의 공급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엔젤투자자와 기존 벤처캐피털 업계 간 투자대상을 둘러싼 이전투구 관행도 자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생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엔젤투자자가 창업기업에 미리 투자했지만 이를 일부 벤처캐피털에서 끼어들어 다툼이 벌어지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척박한 민간투자기관 시장이 이전투구에 빠져 왜소해지는 딜레마에 빠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여의도 금융가에선 증권사 애널리스트, 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록 20개 남짓의 소수이고 자금력도 한정적이지만 지금껏 벤처캐피털의 투자형태와는 다른 그룹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기존 창업투자회사들에 비해 적은 자금력 탓에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를 유보했던 기존 벤처캐피털들이, 이들 소수의 전문투자자들이 성장성이 돋보이는 초기기업을 발굴하고 나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빼앗아 가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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