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경쟁력 유지 전략 11월 중질유 공식판매가 시가보다 3.20달러 낮춰
3년9개월래 최대 인하폭
3년9개월래 최대 인하폭
사우디아라비이가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인하했다. 원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경쟁자들과의 점유율 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 국영원유기업인 아라비안아메리칸석유(아람코)가 아시아시장에 공급하는 11월 인도분 중(中)질유의 공식판매가격(OSP)를 시가대비 배럴당 마이너스(-) 3.20달러로 정했다고 전했다.
아람코는 아시아 시장에 원유를 공급할 때 두바이.오만 시세에 OSP를 반영해 실제 판매가를 정한다. OSP가 점점 마이너스로 기운다면 그만큼 시세보다 싸게 판다는 의미다.
이번 OSP 마이너스 폭은 지난 2012년 2월 설정한 -2달러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아랍에미리트 컨설팅업체 마나르에너지컨설팅의 로빈 밀스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아시아 수요가 약함에도 유가 인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시장에서 사우디 원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일 사우디 국영언론에 따르면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주 터키 이스탄불 연설에서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원유 생산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에 영향을 끼치고 생산 및 소비자 모두에게 나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람코는 이번 발표에서 미국에 공급하는 11월 인도분 경질유·중(中)질유·중(重)질유 OSP를 각각 배럴당 30센트씩 낮춘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미국행 사우디산 중(中)질유 가격은 시가보다 85센트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며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가격차이다. 아람코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경우 3종 모두 인상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의 증산 정책이 당분간 계속된다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6월 생산 상한선을 일일 3000만배럴로 유지한다고 선언했으나 이미 2014년 5월 이후 매일 상한이 넘는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의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는 지난 6월 일일 1048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으며 지난달에도 일일 1030만배럴을 생산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남미와 러시아산 원유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며 사우디와의 경쟁도 치열해진다고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달 일일 107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최대 생산량을 나타내면서 국제 유가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추정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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