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틀을 바꾸자] (3·끝) "정부지원, 융자보다 리스크 분담하는 투자형태로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2 17:54

수정 2015.10.12 21:50

(3·끝) 창업 대박으로 가는 길    4. 전문가 제언
엔젤·캐피털, 초기기업 투자 갈수록 줄어.. 투자자도 도전의식 가져야
M&A시장 키울 수 있는 건 대기업.. 기술 제값 내고 사는 문화 만들어야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혜안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 그들이 믿을만한 기술평가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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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IPO·M&A 통한 자금회수 쉽잖아 프로젝트파이낸싱이 현실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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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 낮아 기업가정신 어려서부터 심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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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창조혁신센터, 스타트업 붐 일으켜 지역 예비창업가에게 도화선 될 것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창조혁신센터, 스타트업 붐 일으켜 지역 예비창업가에게 도화선 될 것


스타트업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원금 방식을 융자 대신 투자 형식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정부지원을 늘리되 중장기적으로 창업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민간 중심의 투자생태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파이낸셜뉴스가 12일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등 벤처 및 금융전문가 4인에게 국내 창업생태계 문제와 대안에 관련된 의견을 모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들 전문가들은 특히 자금회수 단계에서 기업공개(IPO)에만 집중하기보다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른 다각적인 엑시트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의 산실로 자리잡기 위해 네트워킹과 허브에 입각한 센터의 역할이 더욱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창업기업 지원 방식에 대해 평가한다면.

▲유효상 교수=지금 대한민국은 취업난과 고용불안, 수명연장 등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율이 지극히 낮은 창업기업에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무분별하게 지원한다고 과연 성공한 기업이 많이 탄생할까. 다니엘 아이젠버그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에서 성공한 기업가는 정부의 지원이나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과 헌신' '열망과 태도'로 인해 성공한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정부의 지원이나 도움이 기업가정신을 저해해 실패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지원하기보다는 창업 성공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차두원 연구위원=올 정부 예산안 기준 벤처창업 지원사업은 자금지원이 약 79%로 가장 높고 기술사업화, 교육.공간 등 인프라, 인식 조성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예산을 보면 유기적인 창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예산 비중이 너무 낮다. 기업가 정신뿐만 아니라 기술경영, 창업에 대한 인식개선 등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 연구개발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이 시장논리에 따라 도태돼야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와 기업을 판별해내고 필요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세종 연구원장=창업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시장에 온전히 맡겨둘 경우 과소공급이 일어나는 이른바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방식의 경우 부채를 수반하는 융자지원보다는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는 투자형태의 지원으로 정책이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제도적 변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금융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불가피하다.

▲황희승 대표=잡플래닛도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TIPS)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TIPS 프로그램은 창업 초기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일부 악용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은 올바르다. 선심성 지원이나 중복 지원, 과잉 지원 등의 문제를 없애겠다는 것은 결국 창업 기업에 벽을 높이는 것이다. 점검을 꼼꼼히 하고 기준을 엄격히 할 경우 사업을 키워야 할 사업가가 서류 작업에만 파묻히게 된다. 현재 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는 가운데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창업기업가의 역량을 평가한다면.

▲유 교수=현재 국내 창업자의 다수는 실망실업자다. 창업 아이템 또한 생계형 자영업이 대부분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창업을 기피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다 해도 창업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효율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심각한 불경기로 허덕이던 미국은 정책적으로 창업을 위한 기업가정신 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건강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1990년대 경제를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이끌었다. 스탠퍼드대학의 STVP, UC버클리 교육 프로그램 등은 많은 대학이 나서서 질 높은 창업교육을 선보였다. 휴렛팩커드, 시스코시스템스, 구글, 야후의 창업자 등이 모두 이들 프로그램 출신이다. 창업역량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길러지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창업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차 연구위원=기업가정신은 교육시킨다고 함양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과 사회의 문화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창업을 반대하는 부모가 "TV에 광고도 안나오는 회사에 다니면 결혼하기 힘든데 창업은 오죽하겠냐"며 말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이다. '취업대신 창업'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도전적인 정신을 가지고 창업과 취업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가정과 사회의 모습이 필요하다.

▲김 원장=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지원에 힘입어 창업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역량만 있으면 성공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대학에서도 창업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 대표=이제 막 창업 2년차에 접어든 기업가로 다른 이들의 역량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너도 나도 창업하는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창업 경험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남는다. 창업을 경험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일시적으로 창업 붐이 과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같은 경험이 사회 전체에 쌓이면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비용이 내려가게 된다. 지금이 한국 사회에 창업 DNA가 새겨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엔젤투자, 벤처캐피털(VC) 등 국내 민간 투자기관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꼽는다면.

▲차 연구위원=국내 엔젤투자는 2000년대 정보기술(IT) 붐이 붕괴된 이후 계속 위축돼 왔다. 정부에서도 엔젤투자 활성화와 캐피털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매우 작다.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옥석을 가려내고 실제 기업 운영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엔젤투자자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모태펀드가 벤처캐피털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중점지원을 하고 있지만 초기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은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다. 돈이 필요한 초기기업이 아닌 후기기업에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창업가나 벤처사업가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 역시 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김 원장=융자 중심의 창업자금 조달방식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크라우드펀딩이나 엔젤펀드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면서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벤처캐피털의 경우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IPO를 앞둔 안정적인 투자 행태가 이루어지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성공가능성이 높은 우량 스타트업을 발굴해 내는 혜안을 가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발굴 육성이 시급하며 벤처캐피털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평가 및 기술정보자료의 축적이 요구된다.

▲황 대표=국내 엔젤투자자의 규모나 역할을 낮게 보는 것은 비교 대상이 미국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벤처 생태계는 역사가 짧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성숙해지고 그에 따라 벤처투자시장이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벤처캐피털이 보수적인 투자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직 안정적인 자금회수를 원하는 모태펀드 투자를 받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에 의한 개인적인 투자가 늘어나면 엔젤, 벤처 투자의 성격 또한 다양해질 것이다. 투자 생태계의 다양성이 늘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유 교수=최근 들어 비즈니스 엔젤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엔젤은 금전적 이익에 더해 무언가 다른 것을 투자하는 사람으로, 전략적 투자자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을 경영하다 매각해 자본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다시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도 성공한 창업가가 엑시트해 후발 기업에 자금과 노하우를 제공한다면 많은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개선 혹은 도입돼야 할 엑시트(투자금 회수) 강화 방안은?

▲김 원장= 중간회수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은 M&A이나 IPO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IPO까지 가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기업 수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M&A를 통한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세제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 및 공시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공정한 경쟁풍토 조성, 회계 및 재무투명성 확대, 벤처기업 관련 통계 보완, 벤처기업 이력관리 등과 같은 시장인프라 구축에 주력해 벤처투자자의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차 연구위원=M&A는 엑시트뿐만 아니라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기술을 M&A하는 구글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M&A는 아직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가 김기사를 만든 록앤올 지분 100%를 626억원에 인수하는 등 M&A에 대한 국내 정서가 바뀌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이 M&A에 많이 나서 저가의 비용으로 기술을 도용·탈취하기보다는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널리 활용되는 보유지분의 제3자 매각, 투자지분의 투자기업 매입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비롯한 다각적인 엑시트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 교수=우리나라는 대부분 엑시트를 상장(IPO)을 통해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상장을 통한 엑시트는 쉽지 않다. 창업기업은 다양한 회수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회수 전략을 수립하고 제시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만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M&A가 거론되긴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상호 협상을 통해 모든 조건을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IPO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엑시트 방법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영화나 뮤지컬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거의 모든 분야의 창업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 육성의 산실이 될 수 있을까.

▲유 교수=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소위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는 민간전문기관이나 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창업기업을 밀착 지원해 창업기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성장을 가속화시킨다. 글로벌 기업이나 성공 벤처기업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자산 등을 바탕으로 '아이디어 발굴→초기투자→멘토링.네트워킹→해외진출'을 전주기적으로 제공한다. 창조혁신센터는 하드웨어 시설이나 배경이 훌륭하다. 그러나 과연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와 그들의 생태계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세계 게임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창조혁신센터가 좋은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며 그들에게 진정한 기업가정신과 생태계를 이해시키고 성공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멘토를 제공하고 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

▲차 연구위원=창조경제혁신센터 1호인 대구센터가 이제 막 1년 됐다.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 유럽의 리빙 랩 네트워크, 미국의 스타트업 아메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혁신 클러스터의 집적화된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창업에 있어 관련 주체 간의 '연결'과 '협업', '정보공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하나의 거점으로 관련기관과의 유기적 네트워킹이 잘 추진된다면 지자체 혁신 주체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단, 우수한 인력의 지속적인 영입과 참여하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김 원장=일단 시작은 긍정적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공은 참여 대기업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이 창업기업에 대한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하고 대기업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로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자생적인 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 작동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 대표=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각 지역에서 스타트업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혁신센터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각 지역 예비 창업가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또 혁신센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다리로,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나 기술을 지역사회 기업이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각 센터의 색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뚜렷해지리라 생각한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병용 김용훈 고민서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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