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결혼기념일에 '부부 음악회' 열어 재능기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3 18:20

수정 2015.10.13 18:20

의사 박남진·성악가 신은혜 결혼 25주년 되던 해부터 5년에 한번씩 어느덧 3회째 10월 17일 영락교회에서
"화음 맞추며 싸울일 줄어 많은 사람과 함께 기쁨을"
의사 박남진(오른쪽), 성악가 신은혜씨 부부는 결혼 25주년이 되던 해부터 5년에 한 번씩 '부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오는 17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리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벌써 세 번째 무대다.
의사 박남진(오른쪽), 성악가 신은혜씨 부부는 결혼 25주년이 되던 해부터 5년에 한 번씩 '부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오는 17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리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벌써 세 번째 무대다.

"기분이 좋아야 노래도 나오잖아요. 매일 마주보고 연습하니까 싸울 일이 없죠. 싸우더라도 금방 풀어지고 말아요."(신은혜), "마라톤에 미쳐 있었어요. 아내는 힘들어 했죠. 공통분모를 찾고 함께하니 부부 화합은 물론 인생이 행복해지더군요."(박남진)

의사 남편 박남진씨(63)와 소프라노 아내 신은혜씨(59)는 요즘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노래 연습하랴, 영상 만들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17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열리는 음악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준비 때문이다. 이들의 이색 음악회는 10년 전 시작됐다. 결혼 25주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부부 음악회'였다.
올해는 결혼 35주년. 5년에 한 번씩 열어 벌써 3회째를 맞았다.

지난 12일 서울 회현동 자택에서 만난 두 부부는 "부부가 건강하게 함께한 세월을 감사하고 더 많은 사람과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회로 특별한 결혼 35주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고 많은 분께 축하도 받고 또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며 베풀 수 있으니 1석3조죠."(박) "성악을 전공한 저보다도 남편이 더 열성이에요. 목소리도 점점 늙게 마련인데 남편은 금혼식(50주년) 음악회까지도 거뜬하다고 하네요."(신)

20대 중반 영락교회 시온찬양대 대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매달 발행하던 소식지를 만들면서 인연을 맺게 됐고, 현재까지도 함께 찬양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 음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며 촉망받는 소프라노였던 신씨는 '유학과 나, 둘 중 선택하라'는 남편의 호기로운 말에 결국 사랑을 택했다. 신씨는 "당시에는 아쉬웠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고 나의 재능으로 성가대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고 축복"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영락교회 수요찬양대의 솔리스트이자 영락교회 여전도회 연합찬양대 지휘자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그런 아내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베를린, 뉴욕, 베이징, 도쿄도 마다하지 않고 날아갈 만큼 '마라톤에 미쳐 있었던' 그가 아내와 취미활동을 함께하기 위해 마라톤을 그만두다시피 한 이유다.

"아내에게 마라톤을 함께하자고 권유했는데 사실상 강요였죠. 아내는 마라톤을 힘들어했거든요. 그때부터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부부 음악회도 제가 제안했고요."

박씨는 의대에 다니면서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피아노를 접하게 됐고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다. 12년 전인 2003년부터 영락교회 음악아카데미에서 배우며 노래도 꾸준히 불러왔지만 전문가인 아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따로 개인 레슨까지 받으며 열정적으로 성악을 공부했다. 그 덕분에 베이스에서 테너로 전향하기에 이르렀고, 부를 수 있는 레퍼토리도 다양해졌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오페라 아리아부터 한국 가곡, 뮤지컬 넘버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차남의 클라리넷 연주와 플루트를 전공한 조카의 오카리나 연주 순서도 마련했다. 박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집안 내력인 것 같다.
아들과 조카의 축하 연주가 매우 기대된다"며 흐뭇해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감사했다.


"아이들이 자라 결혼하고 손주도 태어나고 기쁜 일도 많았지만 삶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5년마다 여는 음악회가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신)

"서로 화합이 안 되면 이런 음악회는 생각도 못했겠죠. 무대에 서는 게 즐겁고 재밌어서 부부 음악회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베풀고 싶어서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박)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