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사활 건 빅딜 한창인데.. 정작 관련법은 국회서 낮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02 17:47

수정 2015.11.02 21:59

기업 생존위한 몸부림.. 삼성 화학계열사 매각 등 산업전반 구조재편 바람
역사교과서에 발목..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기촉법·원샷법은 계류중
재계, 사활 건 빅딜 한창인데.. 정작 관련법은 국회서 낮잠

대형 인수합병(M&A) 뉴스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재계가 요동치고 있다. 과거엔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M&A, 즉 빅딜이 진행됐다면 이제 기업 스스로가 빅딜의 주체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내수시장 침체, 중국의 추격 등 다양한 위협요인이 상존하면서 생존을 걱정할 상황에 놓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은 이뤄지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빅딜은 '살아남기 위해'

SK텔레콤이 케이블TV 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양사 모두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다. 격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SK텔레콤은 자사가 주력하는 플랫폼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CJ그룹은 플랫폼보다는 콘텐츠산업에 집중해 차선책을 버리고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전략을 세운 것으로 본다. 특히 CJ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인 케이블TV를 SK텔레콤에 내주고,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문화 융성'에 집중해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알짜'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부문 매각도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삼성은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4개 화학.방산 회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1년 만에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이를 통해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금융을 핵심 사업부문으로 삼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작업이 마무리된 셈이다.

실제 케미컬사업을 롯데에 매각하기로 한 삼성SDI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만 2조원을 투자해 시장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외에도 생존을 위한 크고 작은 빅딜이 진행됐다. 특히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작년 말부터 M&A 등을 통해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세아베스틸은 스테인리스(STS)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을 인수, 특수강사업 진출을 선언한 현대제철 견제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해 기존 열연 철강제품에서 냉연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원샷법, 역사교과서 벽에 막혀

기업 간 사업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양대 법안인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상시화 법안'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원샷법은 기업이 선제적으로 M&A 등을 통해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기업에 세제.금융.법률 지원을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해 통과가 가장 시급한 법안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여당은 원샷법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의 '사업재편 지원제도(산업활력법.산업혁신법.산업경쟁력강화법)'의 성과를 강조하며 조속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발목을 잡혔다.

이와 함께 당장 생존을 위해 M&A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 M&A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특히 국내에 한정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 M&A를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M&A 거래금액을 분석한 결과 해외기업 M&A 비중은 평균 3.6%로, 일본의 61.1%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연 한경연 연구원은 "삼성페이는 해외 M&A를 통해 범용성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다"면서 "해외 특허 보유기업에 대한 M&A를 확대하고 해외 기술.인력.판매망을 국내 산업기반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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