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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담보 심사에 ICT를 더하다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업체들이 새로운 대출심사제도를 통해 연체율 0%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은 물론 상환의지까지 측정하는 것이 비결이다. 특히 이들 업체들의 신기술에 대한 시중은행의 제휴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체율 0%의 비결…빅데이터로 상환의지까지 평가
16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출범 1주년을 맞이한 '8퍼센트'는 이날 기준 총 82억7700만원의 대출을 진행했다. 신용등급 7등급 이내( NICE신용평가 기준)로, 최근 1년간 연체 및 채무불이행 이력이 없는 사람이 대출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연 평균 대출 금리는 7.95%로, 시중은행보다는 높고 연 30%를 넘는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보다는 낮은 '중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시중은행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8퍼센트'의 연체율이 0%란 점이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P2P 대출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30건 가량의 대출상환이 만료됐다"며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한 측면도 있지만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얼마나 갚을 의지가 있는지를 평가한 점도 연체율 0%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펀다' 역시 연체율 0%를 자랑한다. 지난 4월 중순 서비스를 시작한 펀다는 신용카드 결제용 단말기인 POS에서 발생하는 매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고유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상점의 향후 매출을 예측하는 모델을 공동 개발 중이다.
펀다 관계자는 "POS단말기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한도를 설정하고 리스크도 관리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대출 및 상환 능력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와 온라인 쇼핑 행태 등을 수집·분석
국내 P2P 대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은 각각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대출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즉 시중은행들이 재직증명서와 소득세원천징수확인서, 4대보험확인서 등 각종 서류와 담보를 기반으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P2P 대출업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쇼핑 행태 등을 수집·분석해 사용자의 '상환 의지'까지 함께 측정하고 있다.
'렌딧'은 대출자가 SNS에 올린 글이나 대출 및 상환 계획 설정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렌딧 관계자는 "대출자의 지난 6개월 간 카드사용 추이는 어떤지, 갑자기 소비가 많아지고 있는지 혹은 줄어들고 있는지 같은 사항들을 분석한다"며 "금융 기록과 함께 심사에 참고하고 있는 부분은 렌딧 사이트에 들어온 사용자의 행태 분석 데이터와 페이스북 등에 포스팅한 내용을 참조하는 소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즉 금융 기록을 통한 심사를 보완하는 정성적인 평가의 자료로 소셜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SNS 신용평가 업체 '렌도(Lenddo)'는 대출 희망자의 동의를 받아 그들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활동을 파악한다. 이때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신용도를 평가한 후 대출을 진행하는 이른바 '평판 대출 회사'로, 실제 대출금 상환율도 95%에 이른다.
■신한은행과 비모 맞손, 중금리 대출 시장 열리나
사람의 심리를 활용한 대출심사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영국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비주얼 DNA'가 150명의 전문가가 만든 40개의 문제를 통해 대출자의 성향과 상환 의지를 평가한 것과 유사한 형태로, 국내에서는 '어니스트펀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비모'가 대표적이다.
비모는 성균관대 심리학과 장승민 교수 연구팀과 심리측정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PSS)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PSS는 심리학 이론과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대출자의 예상 부도율을 추정하는 신용평가 방법이다. 신한은행도 비모의 신용평가모델을 도입, 다음달 중 중금리 대출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모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도 비주얼 DNA가 제공한 신용평가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을 집행했을 때 기존 방식에 비해 부실률이 23%까지 감소한 바 있다"며 "현재 해외 성공 사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특화된 심리측정 기반의 평가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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