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대형마트 영업제한 정당" 지자체 손 들어준 대법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17:37

수정 2015.11.19 21:44

"외국엔 없는 규제" "중소상인 보호 당연".. 엇갈린 여론
영업규제 효과 논란.. 전문가들 "정치적 판단" 대형마트 유통혁신 과제
아쉬운 대형마트 3사.. 납품 농가 등 피해 우려 "판결 존중 상생 힘쓸 것"
"대형마트 영업제한 정당" 지자체 손 들어준 대법

대법원이 19일 지방자치단체의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강제휴무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 업계 간의 지루한 소송전이 일단락됐다. 지난 2012년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소송전이 시작된 지 약 3년 만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는 해외 어느 나라에도 없을 정도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데다 실효성 차원에서도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은 만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소송전 일단락…불씨는 남아

실제로 이번 판결에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여전히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실제 효과는 기대 이하로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영세상인 및 전통시장과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대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이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없애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그러나 상생을 중시하는 사회적 기조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다수인 영세상인과 전통시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실망스러운 판단"이라며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진작을 위해 지난 8월 14일 임시공휴일도 마련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이런 기조에서 휴일에 대형마트를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규제가 미국과 일본 등 유통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라는 게 안 교수의 주장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중소상인 보호라는 취지에서 현명한 결정"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권 팀장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일부 허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형마트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휴일로 돼 있는 의무휴업일을 주중으로 돌리는 등 부분적으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공휴일 대신 평일 의무휴업에 들어가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번 판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더불어 성장세를 멈춘 대형마트들은 유통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지난 2012년 1·4분기(0.1%) 이후 14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의 매출실적(기존점 기준)은 2012년 -3.5%, 2013년 -8.5%, 2014년 -11.2%를 기록했다. 출점도 줄었다. 올해 이마트가 신규 개장했거나 개장할 예정인 점포는 최대 5곳, 롯데마트는 4곳이다. 홈플러스는 1곳뿐이다. 2000년대 초·중반 매년 10여곳씩 문을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다.

이마트는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타운을 조성하거나 자체 개발한 간편식인 피코크 등을 선보여 유통혁신을 했다.

■대형마트 "판결 존중"

이번 판결에 대형마트 업계는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는 대법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이라는 정책 취지를 재확인했다며 환영했다.

체인스토어협회 설도원 상근부회장(홈플러스 전 부사장)은 "아쉽긴 하지만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대형마트들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상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상생에 더 무게중심을 둔 것 같다"면서 "일부 고객 입장에선 휴일 의무휴업으로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소 유통상생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판결은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이라는 법의 취지를 재확인했다"며 "소상공인들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기업의 영업 자유보다 골목상권 소상공인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판단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판결을 통해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할 필요가 큰 만큼 대형마트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 등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박신영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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