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사이트의 자료 전부를 그대로 복사해 오는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는 것은 부정경쟁행위로,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리그베다위키(옛 엔하위키)' 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가 '엔하위키 미러' 사이트를 운영하는 B씨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엔하위키 미러 사이트를 폐쇄하고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절차 이행 및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키'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내용을 편집하고 수정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형태의 사이트를 말한다. 2007년부터 엔하위키를 운영해 온 A씨는 2012년 사이트 이름을 '리그베다위키'로 바꿨다. 이 사이트는 이용자들이 특정 주제어에 대한 글을 자유롭게 작성하거나 이미 나온 내용을 자유롭게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2009년 B씨는 엔하위키 게시물을 전부 가져와 '엔하위키 미러'라는 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B씨가 이 사이트를 통해 구글 애드센스와 광고계약을 맺고 광고수익까지 올리자 A씨는 지난해 9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엔하위키에 접속하면 나타나는 첫 페이지를 A씨만 편집할 수 있다 해도 사이트 소재를 수집, 분류, 선택하고 배열하는 행위에 창작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게시물 대부분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수정·편집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엔하위키는 원고의 영업표지로 온라인 백과사전을 이용하는 국내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이트와 B씨의 사이트 게시물이 실질적으로 같아 B씨 사이트를 A씨의 영업상 활동으로 혼동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원고의 사이트에 접속하려다 도메인이름과 영업표지의 유사성으로 인해 혼동을 일으켜 B씨 사이트로 유인된 이용자들에게 원고와 거의 동일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수익을 취득했다"며 "도메인이름 사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을 목적도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B씨 사이트로 복제된 게시물에 대한 폐기청구는 폐기 대상물이 구체적, 개별적, 사실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이를 각하하고 대신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도메인 웹사이트를 폐쇄하라는 내용의 선례가 다수 있고 미러링의 의미가 여러가지로 쓰이지만 원래 있던 사이트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는 '미러링'에 대한 판결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이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인터넷사이트 명칭 사용금지 등 가처분 소송에서도 A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엔하위키 미러는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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