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로 웃돈 적어 실제계약 포기 잇따라
한 가구 여러 개 청약 수요에 비해 부풀려져
건설사, 계약률 공개해야
한 가구 여러 개 청약 수요에 비해 부풀려져
건설사, 계약률 공개해야
신규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서울 수도권에서 수십대일의 청약경쟁률에도 미계약을 기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 견본주택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실제 계약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 발표하는 청약경쟁률에 허수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최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자 고분양가 단지가 늘고, 이로 인해 예상보다 웃돈(프리미엄)이 낮게 형성되자 투자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공급된 26만507가구에 1순위 청약자가 291만645명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이 평균 11.17대 1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십대일 청약률에도 몇 달째 미분양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공급된 '반포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4040만원의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며칠 뒤 진행된 당첨자 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 후에도 실제 계약률은 90%를 밑돌았다.
반포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청약률이 높았지만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며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들이 있었다"며 "또 투자자들은 고분양가 때문에 기대만큼 웃돈이 형성되지 않자 계약을 포기하고 빠져나간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에서 미니신도시급 아파트로 주목받았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도 총 6658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서 1만3058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2대 1, 최고 1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아직도 미계약분이 절반 가까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 물량이 3000가구 정도 남았다"며 "지난주부터 선착순 분양을 시작해 하루에 100가구 정도 계약되고 있지만 위치나 면적에 따라 소진 속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동일 스위트'는 평균 45.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지만 실제 계약률은 70%에 그쳤고 석달여가 지난 최근에서야 계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역대 전국 최고 분양가 아파트로 전국적인 관심을 끈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초기 계약률도 70%였고, 지난달까지 계약률이 90%대에 머무르며 초기 완판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 청약 부풀리기 더 심각
오피스텔 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월 최고 경쟁률 57대 1을 기록하며 전 타입 순위 내 마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미사강변도시의 '미사역 효성 해링턴 타워 더 퍼스트' 오피스텔은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선착순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1420실 중에 물량이 30% 정도 남았다"며 "한 사람이 3실까지 신청할 수 있었고 부적격자를 제외하면서 청약률에 비해 계약률이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하남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에코 미사'도 총 650실 모집에 5395명이 몰리며 평균 8.3대 1, 최고 5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정당계약에서 100실 정도가 계약되지 못해 지난 주말부터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한 가구 여러 개 청약' 바꿔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계약 사태에 대해 1순위 청약통장이 많아진 데다 한 가구에서 여러 개를 동시에 청약할 수 있게 되면서 청약률이 실제 수요에 비해 부풀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사강변도시의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예전보다 1순위 청약통장의 조건이 낮아진 데다 한 가구가 여러 개의 통장을 넣을 수 있어 계약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청약률이 흥행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계약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건설사들은 실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계약률 일부를 공개하고는 있지만 지역 단위로 집계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개되는 자료도 편차가 심해 시장에서 참고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