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물아홉 신입사원도 명퇴대상?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 몸살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5 17:21

수정 2015.12.15 17:21

사무직 세번째 희망퇴직 사실상 팀별 할당제 적용.. 상사 눈밖에 난 직원 타깃
"살다 보니 29세에 명퇴 당하는 경험을 해보네요."

"29세 여기 추가요."

"정직원 23세 최연소 명예퇴직도 있다고 해요."

"현재까지 사원대리급 90%가 전멸이랍니다. 그래도 살아남은 중역 자제들은 잘 있네요."

사업 부진 여파로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내 블라인드앱에 15일 올라온 내용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사무직 직원 전체 3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인 가운데, 갓 입사한 1∼2년차 사원들까지 퇴직 압박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과 9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각각 180명, 200명을 정리했다. 이어 11월엔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벌여 450여명을 떠나보냈다. 이런 가운데 두 차례 실시한 사무직 희망퇴직이 예상에 못미쳤고, 조직과 인력을 적정수준으로 더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는 다시 세 번째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희망퇴직은 자발적 사퇴를 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대략 내부적으로 팀별 할당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게 현장 이야기다. 한 직원은 "팀별로 40%가량이 희망퇴직 면담 대상자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1년도 안된 직원도 수두룩하고 대부분 3년차 미만 20~30대 젊은 사원이나 대리급"이라고 했다. 내부에선 팀장과 평소 관계가 좋지 않았던 젊은 직원은 100% 타깃이라는 말도 나온다. 회사 측과 최근 면담에서 퇴직을 권고받은 사원 김씨는 "갖은 고생 끝에 취직했는데 1년도 안돼 쫓겨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억울하고 막막하다"고 했다.

20대 남자 사원은 "우리 팀에서 절반 이상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 동기들은 지금 펑펑 울고 있다"는 글을 블라인드앱에 올렸다.

직원들은 "희망퇴직은 없다. 실상은 강제 구조조정"이라는 격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 앞서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회사측 권고에 불응한 직원은 "정해진 사람만 면담이 진행됐고, 면담 후 회사를 떠나지 않은 사람은 여러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거나 직무와 관계없는 외부교육을 받게 했다"며 지역 노조를 통해 불만을 표시했다.

회사 측은 "시장 상황이 계속 어렵다 보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엔 나이, 직급을 가리지 않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면서 후유증이 커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팀리더와 관계가 불편했던 직원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강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개인에게 맡기고 있다"고 했다.

임원급은 지난 9월 30%를 감축, 현재 60여명 선으로 줄었으며 이번에 다시 30%를 조정할 예정이어서 최종 인원은 4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오는 18일까지 희망퇴직자를 받는다고 공고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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