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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 속으로 떠나는 色다른 부산여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7 17:57

수정 2015.12.17 17:57

"부산에 놀러와 회만 묵지 말고 세월의 무게도 함 느껴 보이소"
부산국가지질공원, 태종대·오륙도·이기대 등 지질명소 12곳
부산 태종대 파식대지 위에 선 관광객이 신선암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정호 선임기자
부산 태종대 파식대지 위에 선 관광객이 신선암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정호 선임기자

【 부산=이정호 선임기자】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은 유구한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자연이 빚어놓은 암석의 아름다운 결들은 억겁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

억겁의 세월 속으로 떠나는 色다른 부산여행

태고의 신비를 관광객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한국의 지질공원으로 부산국가지질공원을 비롯해 강원평화지역, 울릉도 독도, 청송, 무등산권, 제주도 국가지질공원 등 모두 6곳이 있다. 이 가운데 부산국가지질공원은 구릉성 산지와 소반도, 섬, 만이 발달해 있는 리아스식 해안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약 8000만년 전 공룡이 뛰놀던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지질환경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가지질공원사무국에 따르면 부산지질공원에는 낙동강하구, 몰운대, 두송반도, 두도, 송도반도, 태종대, 오륙도, 이기대, 해운대 장산, 금정산, 황령산 구상반려암, 백양산 등 총 12곳의 지질명소가 있다. 이들 지질, 지형유산들을 연결하는 지오 트레일(Geo Trail) 코스가 태종대 등 6개 명소에 개발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살아 숨쉬고 있는 지구를 만나보고 느껴보자.

■호수서 태어나 바다와 맞선 '태종대'

태종대(太宗臺)는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경관지로 명승 제24호로 지정돼 있다. 순환도로와 맞닿아 있는 오솔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옛날 '자살바위'로 불리던 곳에 건립된 전망대가 나온다. 100m에 달하는 절벽과 굽이치는 파도의 포말이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태종대층으로 불리는 응회질퇴적암(화산활동 이후 잠잠해진 시기에 화산재가 섞인 퇴적물들이 쌓여 형성된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다양한 퇴적 기록 및 지질구조와 함께 해안침식·융기 지형이 어울려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백악기 말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해 침식돼 만들어진 파식대지와 해식애, 해안동굴 등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영도등대 아래에 발달한 융기파식대인 신선암은 태종대를 대표하는 명소로 그 형성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2만년 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선암의 해안절벽에는 서로 다른 성질의 지층이 겹쳐 있는 슬럼프구조가 발달하고 응회질퇴적암의 녹색, 흰색, 붉은색의 암석들이 어울려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천연벽화를 연출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태종대라는 이름은 신라 태종무열왕이 전국을 순회하던 중 빼어난 해안 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머물며 활쏘기를 즐긴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륙도
오륙도

■부산항 관문의 파수병 '오륙도'

가왕 조용필의 노랫말에도 나오는 오륙도(五六島)는 부산만 입구에 있는 섬으로 오랜 세월을 푸른 파도와 동고동락하며 부산항을 지키는 파수병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의 상징으로 2007년 10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4호로 지정됐다. 부산만으로 향해 차례로 우삭도.수리섬.송곳섬.굴섬.등대섬 등으로 불리는 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서 육지 쪽에 가장 가까운 우삭도에는 너비 1m 정도의 해식동굴이 만들어져 있다.

오륙도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위섬이 다섯으로 보였다가 여섯으로 보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들 중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우삭도(방패섬과 솔섬)의 중허리가 물이 들면 두 섬으로 나누어져 여섯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하나로 붙어서 다섯 섬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륙도에는 응회질퇴적암, 해식절벽, 파식대지, 해안단구 등의 지질.지형유산이 분포돼 있다. 각 섬마다 가파른 해안절벽과 짙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보여준다.

■백악기 화산 활동의 증거 '이기대'

수영만 서편에 위치한 이기대(二妓臺)에는 백악기 화산활동의 기록을 잘 보여주는 화산각력암(지름이 64㎜ 이상인 화산암 조각)으로 이루어진 암석과 응회질퇴적암의 지질유산과 구리광산, 돌개구멍, 해식동굴 등의 지질.지형유산이 분포돼 있다.

이곳에 폭넓게 분포돼 있는 유천층군 화산암들은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해식절벽, 파식대지 등의 다양한 해안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오륙도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코스를 통해 다양한 지질기록과 지형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말 그대로 바다와 하늘을 눈에 가득 안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에 접한 절벽 위를 걷는 최고의 명품 길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동생말-어울마당-농바위-오륙도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4㎞ 구간으로 넘실대는 파도 속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를 바로 발밑에서 느낄 수 있는 구름다리 5개소와 약 1.5㎞에 이르는 데크로드, 깎아지른 바윗길, 숲과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흙길로 이루어져 있다.

■마그마가 빚은 천연 공예품 '구상반려암'

구상(球狀)반려암은 부산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령산의 서편 전포동 일대에 위치해 있다. 황령산 일대의 구상반려암은 약 6000만년 전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굳어 만들어진 암석으로 암석의 표면에는 가운데 핵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광물들이 배열된 구상조직이 있다. 반려암은 우리나라에 분포지역이 매우 적으며, 구상반려암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보고됐다. 세계적으로도 8개국 14군데에서만 그 존재가 확인된 희귀한 암석인 구상반려암은 학술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267호로 지정된 부산지질공원의 명물이다. 또한 세계의 다른 구상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도심지 한가운데에서 나타나는 특이성도 지니고 있다. 구상반려암은 마그마와 암석의 생성원인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로써 학술적 가치가 높고, 구상구조가 아름다워 지질관광에도 활용도가 높다.
junglee@fnnews.com

지질공원(Geo Park)이란?
지질공원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3대 자연환경 보전 제도인 세계유산(World Heritage), 생물권보존지역(Biosphere Reserve), 지질공원(Geo Park) 중 하나이며 지형.지질 유산과 함께 생태.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하고 연구.교육 등에 활용하며 지질관광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7월 국가지질공원 제도가 도입됐으며 환경부 장관이 인증하고 있다.
지질공원은 보호 및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계유산, 생물권보존지역, 국립공원제도, 천연기념물, 습지보호지역 등과 같은 행위제한이 있는 보호대상과는 달리 핵심 관심대상을 지질명소(Geosite)로 지정하고 별도의 용도지구를 설정하지 않으므로 지역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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