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대만 반도체 패키징 회사 2곳에 모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실리콘 프리시전 인더스트리스(SPIL)와 칩모스테크놀러지의 지분 24.9%, 25%를 각각 17억 달러, 3억6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으며 지난 달엔 대만 1위 시스템반도체 업체 미디어텍에 거액의 인수 제안도 했다. 또 지난 10월말에는 대만 패키징 회사인 파워텍 지분 25%를 6억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WSJ는 "대만 국민들이 SPIL에 느끼는 감정은 미국인들이 '애플'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충격이 더욱 큰 것 같다"면서 "중국 자본과 대만 기술의 합작은 이성적으로는 그럴듯한 조합이지만 대만 국민들에겐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리 번스타인 리서치테크놀로지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중국은 너무 빠르게, 그리고 너무 많이 대만 반도체 시장을 공략했다"면서 "대만 국민들이 두려움을 느낄 만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민 감정 때문에 표심을 의식해야하는 대선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차이잉원은 칭화유니의 배후에 중국 정부의 자금력과 압력이 있다며 맞섰다. 그가 속한 민진당 역시 칭화유리그룹의 투자 건이 대만 정부의 심사를 통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은 지난 14일 기준 대만지표 여론조사(TISR) 결과에서 46.1%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가 당선될 경우 칭화유니의 대만 사업 역시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자 친중 성향인 국민당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에릭추 국민당 총통 후보는 "칭화유니의 대만 반도체 지분 인수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칭화유니그룹도 목소리를 높였다. 쉬진홍 칭화유니대표는 "중국 본토와 대만기업의 합작이 대체 뭐가 나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대만이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결국 미래에 대한 기회를 잃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칭화유니그룹은 정부 기관이 아니므로 일반 대만 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면서 "대만인과 중국인은 결국 한뿌리에서 난 같은 민족"이라고 말했다.
대만 내부에서도 칭화유니의 반도체 기업 투자를 이성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부진에 시달리는 만큼 하루 빨리 중국과 손잡아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WSJ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 총통인 마잉주가 임기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라고 전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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