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커버스토리]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현주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7 18:02

수정 2015.12.27 21:30

美·유럽은 정책 규제 빗장 푸는데.. 韓, 윤리 문제에 연구개발 '게걸음'
선진국선 연구비 늘리고 규제 폐지 등 전폭 지원
韓 '동결난자'만 사용 가능 연구결과서 큰 차이 보여 '사후관리'로 규제 풀어야
[커버스토리]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현주소


줄기세포 치료제는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손꼽는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지난 2012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iPS연구소장이 기존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와 다른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핫'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난자 이용이라는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주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황우석 사건' 이후 '윤리문제'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답보상태다. 황우석 박사팀은 당시 연구를 위해 연구원 자신의 난자를 이용하거나 일반인의 난자를 구입한 것 등으로 윤리적 논란을 빚었다.


■미·일·유럽 등 정부지원 대폭 강화

외국에선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적극적이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앞다퉈 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과 유럽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09년 배아줄기세포를 비롯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규제를 폐지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줄기세포 연구비 중 비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지원이 5억달러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44%)을 차지하지만 점차 배아줄기 세포 연구도 늘려 2억5000만달러로 21%를 투자하고 있다.

유럽은 제7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2007~2013)을 통해 8개국 11개 연구기관이 공동참여하는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과학예산 510억유로 중 약 5000만유로를 줄기세포 분야에 투자했다. 또 각국 차원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게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역분화줄기세포를 개발한 후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9년 재생의료 분야에 범정부 차원에서 109억엔을 지원했고 특히 역분화줄기세포 분야에만 145억엔의 예산을 반영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13년 '재생의료를 국민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종합시책 추진에 관한 법률'과 '재생의료 등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이 법안에 따라 많은 숫자의 재생의료제품(줄기세포 치료제)을 시장에 조기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엄격한 사후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예방하고 있다.

■한국, 줄기세포 연구개발 '게걸음'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건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거의 답보 상태다. 정부 규제가 지나치게 심하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는 난자는 불임시술을 하면서 과배란된 난자 15~25개 중 사용하고 남은 것을 기증받아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에 사용되는 난자는 '동결난자'만 이용해야 한다. 일단 동결난자는 한 번 얼렸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인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은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연구는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를 넣어 분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며 "줄기세포 연구는 초창기이기 때문에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데 이때 동결난자를 사용하게 되면 연구 결과가 확실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불임클리닉에서 사용하고 남은 난자도 신선난자로 기증할 수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를 미국 법인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후관리 위주 규제 대폭 풀어야

그렇더라도 아직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시장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오일환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은 "일반적으로 혁신적 신약이 나오려면 길게는 100년도 걸리는데 줄기세포 치료제는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게 10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줄기세포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사전적 규제를 대폭 풀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줄기세포는 원시단계의 세포로 근육, 뼈, 내장, 피부 등 각 신체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에 따라 수정 초기 상태에서 배양한 배아줄기세포, 성인의 골수나 혈액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 성인의 세포를 초기상태로 되돌린 역분화줄기세포 등이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