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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 우먼' 연출 김현준씨 "위안부 문제, 뮤지컬로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30 19:57

수정 2015.12.31 09:08

영어로 제작, 美서 주목받아 "한국 무대에도 올리고 싶어"
사진=김범석기자
사진=김범석기자

"우리의 얘기를 가지고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어요.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이 미쳐 날뛴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았는데 힘든 줄도 몰랐어요. 앙코르 공연까지 마치고 나서 한달을 앓아 누웠어요."

지난 7월 뮤지컬의 메카 미국 뉴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an)'이 공연되기까지, 그야말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뉴욕 시티칼리지 4학년인 이 작품의 작가 겸 연출가 김현준(24·사진)이, 동양인에 학생 신분으로 본토에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것만도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일본 극우단체들이 협박과 소송으로 방해 공작을 펼쳤고 일부 한국인들까지 위안부를 소재로 돈 벌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명분이 없으니 소송은 곧 취하됐지만 같은 한국인에게 진심을 오해받은 것은 큰 상처가 됐다.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가 타결된 28일 때마침 한국을 찾은 그를 29일 만났다.
그간의 고군분투기를 말하기에 앞서 그는 안타까운 심정을 쏟아냈다. "위안부 문제 타결이라니 얼토당토 않은 얘기죠. 피해자를 배제하고 정부가 해치운 일을 어떻게 타결이라고 할 수 있나요."

'컴포트 우먼'은 일본군에게 잡혀간 남동생을 찾으려다 일본인의 꼬임에 넘어가 위안부가 된 한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와 함께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소녀 8명이 인도네시아로 끌려갔다가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에서 공연했고 10월 '54빌로우' 극장에서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가며 주목 받았다. "뿌듯했죠. 플레이빌(공연 소개 책자)에 제 공연이 소개됐다는 것부터 신기했어요. 공연이 끝난 직후 전미 연출가 및 안무가협회(SDC)에 가입도 됐어요. 유학생으로는 처음이고 가입 회원 중 역대 최연소라고 하더라고요."

리딩 공연을 숱하게 다니며 작곡가를 섭외하고 뮤지컬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은 아시아계 배우, 스태프들을 뽑아 팀을 꾸렸다. 문제는 제작비였다. 개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만나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한국 뮤지컬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설명했다. "저희 열정을 보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를 내보낸 건 기적이었죠. 다른 광고들 사이에 1~2초 정도 노출되는 대신 싯가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가격을 냈어요. 그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으려고 전 스태프들이 며칠 밤을 새기도 했어요."

제작비로 8만5000달러(약 1억원) 들어간 '컴포트 우먼'은 딱 그만큼의 수익을 냈다. 초연에 이 정도면 엄청난 성과였다. 애초에 돈을 벌 생각도 없었지만 배우와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러닝 개런티(흥행 수입에 따라 돈을 주는 것)로 계약했거든요. 다행히 중국, 필리핀처럼 비슷한 아픔을 지난 나라에서 공연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중국 관계자와는 한국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작품을 더 키워 브로드웨이 극장에서의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한국에서의 공연을 가장 바란다"고 했다. "처음부터 한국어 공연을 염두에 두고 영어 대본과 가사를 썼어요.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어색하지 않은 단어만 썼고 음절 수도 고려했죠."

'컴포트 우먼'이 다가 아니다. 현재 그는 5개의 신작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될 작품은 최근 미국에서 쇼케이스를 가진 '그린카드'.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위장결혼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코믹극이다.
그는 "미국 공연과 함께 한국 공연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 여름쯤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한국전쟁을 소재한 시간여행,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한국인 뮤지컬 작곡가 이야기, 이상의 '날개'를 번안한 뮤지컬 등을 진행 중이다.
전부 한국인의 이야기다.

"뮤지컬 소재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백인 위주의 뮤지컬 시장에서 아시아를, 한국을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이 되고 싶어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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