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등 데이터는 못써.. 이용패턴 감안해 가입해야
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매달 50분이나 공짜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있는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 요금제가 선보이면서 화제다. 알뜰폰 사업자는 무료통화 외에 추가로 이용하는 음성통화와 문자 등을 통해 이런 파격적인 요금제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지갑 열기가 어려운 불황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료로 50분이나 통화를 할 수 있다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요금제가 적합한 소비자는 극히 일부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의 이동전화 이용패턴을 확인한 뒤 요금제 가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우체국을 통해 출시된 기본요금 0원에 무료통화 50분을 제공하는 'A 제로'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는 7800명이나 된다. 첫날 4800명, 둘째날 3000명이 가입했다. 이 요금제 출시 전까지 우체국 알뜰폰의 일평균 가입자 수는 550여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싼 값에 통신망 빌리고 우체국 수탁판매 덕분에 파격적 요금
아무 조건없이 5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이런 요금제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먼저 알뜰폰 사업자는 직접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기 때문에 투지비용이 적게 든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같은 기존 이동통신회사에 통신망을 빌려 이용자들에게 재판매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은 이통사에 망을 빌리는 도매대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음성통화 1분당 54.51원, 무선데이터 1MB당 21.65원이던 도대대가를 매년 단계적으로 낮춰왔다. 현재 도매대가는 음성통화는 1분당 35.37원, 무선데이터는 1MB당 6.62원이다. 알뜰폰 소매요금은 음성통화 1분당 108원, 무선데이터는 1MB당 51.2원이기 때문에 도매와 소매 사이의 마진이 많은 편이다. 결국 이 때문에 마진을 줄인 알뜰폰 업체가 파격적으로 요금을 설계할 수 있었던 것.
또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우체국 수탁판매도 저렴한 요금책정에 일조했다. 우체국 수탁판매 수수료는 다른 유통채널 수수료보다 최대 50% 가량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절감된 비용 덕분에 더 싼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A제로' 요금제를 살펴보면 음성통화 50분을 무료로 제공한다. 50분에 대한 도매비용은 1768원(35.37원*50분)이다. 50분 외의 추가 통화나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문자나 데이터에서 최소 1768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사업자 손해가 없는 상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제로 요금제 가입자가 피처폰을 주로 이용하는 만큼 문자나 추가통화에서 수익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이 타깃인만큼 문자 수익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독'될 수도
알뜰폰 사업자들의 이같은 파격적인 요금제는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한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취지 자체가 특정층을 겨냥한 다양한 요금제를 발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짜로 50분 통화를 할 수 있다고 무턱대고 이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통화패턴을 따져보고 그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A제로 요금제의 경우 발신 통화는 거의 없고 수신 위주인 어르신들에게 적합하다. 발신통화도 많다면 월 6000원에 음성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고려할만하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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