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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품에 안긴 폭포, 30만년을 견뎌왔구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4 17:42

수정 2016.01.14 17:42

구석기 흔적이 숨쉬는 곳, 연천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1978년 '주먹도끼' 발견되며 구석기 인류 거주지로 주목받아
유적 보존 위해 만든 선사박물관, 다양한 전시·프로그램 운영
경기도 연천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재인폭포는 검은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겨울이면 바위 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얼음병풍을 이룬다.
경기도 연천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재인폭포는 검은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겨울이면 바위 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얼음병풍을 이룬다.

【 연천(경기)=이정호 선임기자】경기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연천군은 유구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1978년 전곡리에서 석기의 양면을 가공해 다듬어 찍고 자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굴됨으로써 30만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우리의 조상' 인류가 이곳에 거주했음이 알려졌다. 또한 연천을 굽이쳐 돌아가는 한탄강은 약 27만년 전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지형으로 주상절리 등 그림 같은 경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연천에선 '전곡리안의 겨울나기'라는 테마로 '구석기 겨울여행' 축제가 한창이다. 볼거리 체험거리가 많다.
추위에 웅크려 있지만 말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 선사시대로 여행을 떠나보자.

■'2016 연천 구석기 겨울여행'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으로 유명한 연천 전곡리 일대에선 빙하시대 선사체험 축제가 열리고 있다. 빙하시대 구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이번 축제는 '전곡리안의 겨울나기-빙하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테마로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겨울여행 '환영의 문'을 지나 축제장에 들어서니 얼음폭포, 얼음숲이 반기고 곳곳에 구석기인의 생활상을 재현한 조형물들이 꾸며져 있다. 통나무로 불을 피운 야외 화덕에 소금이 뿌려진 생돼지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구석기 바비큐 체험은 겨울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꼬치에 끼워진 고기를 구우며 오손도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정겹다. 직접 먹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다. 꼬치 1개에 3000원씩 원가만 받기 때문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눈조각공원에선 백설공주 성, 뽀로로 이글루, 라이온 킹, 코코코다코 등 동화 속 캐릭터들과 만나 신나게 뛰어놀 수도 있고, 초대형 눈사람이 있는 눈동산에선 썰매 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선사문화의 체험과 전시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실내 체험장에서는 각종 도구 만들기, 의복입기, 주먹도끼 목걸이 만들기, 구석기 미니어처 집짓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

■시간여행 '전곡선사박물관'

연천 전곡리 유적은 1978년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4점의 석기를 우연히 발견한 사실을 서울대 김원용 교수에게 밝히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곳에서 발굴된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구석기 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을 뒤집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전곡리의 주먹도끼가 세계 구석기 지도를 바꾼 것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지난 2011년 4월에 개관했다. 원시 생명체의 신비로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립된 전곡선사박물관의 외관은 양쪽 언덕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곡면형으로 마치 은빛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 안에는 실물 비례의 다양한 구석기시대 조형물과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쉽고 즐겁게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설전시관은 관람동선을 따라 전곡리의 주먹도끼,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사바나의 최초인류,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야외체험장은 사냥체험장, 지질체험장, 발굴체험장, 움집체험장, 석기체험장, 고고학교실, 가죽옷교실, 석기체험교실, 인체과학실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나만의 동굴벽화 꾸미기, 구석기 시대의 하루, 진화의 증거를 찾아라, 구석기시대 패션디자이너, 나도 고고학자 등의 개별 프로그램과 1박2일 선사문화캠프 등이 운영되고 있다.

■한탄강이 빚어낸 '재인폭포'

재인폭포는 연천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다. 약 27만년 전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한탄강 지형이 빚어낸 절경이다.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제주도 천지연폭포와 비견되곤 한다.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재인폭포의 절경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는 스카이워크(sky walk) 형태로, 투명한 유리바닥 위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신비로우면서도 아찔하게 느껴지는 협곡을 조망하기에도 그만이다. 27m 높이의 전망대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Y자 형태의 협곡이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서면서부터 폭포가 가까이 보이기 때문에 그 장관에 시선을 빼앗겨 발을 헛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웅장한 주상절리의 품에 안긴 재인폭포는 흘러내리던 폭포수가 빙벽이 되고 또 빙벽 틈새로 흐르는 물살이 물보라를 만들어 장관을 이룬다. 재인폭포는 원래 평지였던 곳이 갑자기 움푹 내려앉으며 지장봉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폭포를 이루게 됐다. 폭포는 지금도 보이지 않게 변화하는 중이다. 폭포의 물살이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를 조금씩 침식시켜 나갔고, 폭포도 조금씩 뒤로 물러앉게 됐다. 현재의 위치는 강변에서 350m 정도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연천 대광리 경원선 폐터널에는 겨울철마다 역고드름 수백개가 솟아올라 장관을 이룬다.
연천 대광리 경원선 폐터널에는 겨울철마다 역고드름 수백개가 솟아올라 장관을 이룬다.

■폐터널서 자라는 '역고드름'

연천 역고드름은 신서면 대광리 경원선 철길의 폐터널에 위치해 있다. 이 터널은 원래 함경남도 원산까지 연결된 경원선 철도 상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1945년 철길이 끊어지면서 버려지게 됐다. 터널 내에 역고드름이 자란다는 사실은 지난 2005년 마을 주민들의 제보로 알려지게 됐다. 길이 100m, 폭 10m의 터널 바닥에는 역고드름 수백 개가 솟아올라 있는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크기가 매우 다양하며, 12월 중순부터 자라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볼 수 있다. 마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상어의 입 같은 모습이다.

고드름은 겨울철 처마 끝에서 아래로 자라는 모습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역고드름은 아래에서부터 위쪽으로 자라기 때문에 그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고드름은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는 터널 지붕에서 떨어진 물이 지면에 얼어 있는 얼음 위에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고드름이 위로 커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면의 얼음 표면의 미세한 물 분자가 지하에 있는 물 분자를 솟아오르게 하여 고드름이 자란다는 것이다.
지상은 대기의 찬공기로 인해 얼음이 얼었지만 지하는 상대적으로 따뜻해 물이 얼지 않는다. 지상과 지하의 온도 차이에 의해 지하의 물은 더 많은 물 분자를 가지고 있게 되며 지상의 얼음과 상대적인 열 분자 에너지 차이로 인해 지하의 물분자가 지상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천 역고드름은 이런 두 가지 종류의 역고드름 생성원인이 모두 확인되며 위에서 자라는 고드름과 땅에서 솟아나는 고드름이 어우러진 광경을 볼 수 있다.

jung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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