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득표 영향력 우려..겸직금지 권고
'표심은 곧 생명' 정치 신인들까지 '기웃기웃'
겸직 유지 의원들은 '봉사 차원' 주장 펼쳐
'표심은 곧 생명' 정치 신인들까지 '기웃기웃'
겸직 유지 의원들은 '봉사 차원' 주장 펼쳐
현역 국회의원들의 '겸직 유지'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직무 유기' 및 '기득권 유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본업인 의정활동에는 점점 소홀해지면서 유권자들과의 연결고리는 유지함으로써 본인들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데 든든한 울타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4.13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가 앞다투어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창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기득권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겸직 유지 왜 문제인가
국회모니터링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9대 국회 의원들의 전체 상임위원회 출석률은 78.3%다. 이는 18대 국회(84.1%)에 비교해 5.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본회의 출석률도 평균 89%로 조사됐지만 개회 시에는 75.6%의 의원만이 재석해 있었고, 산회 시에는 47.6%로 급감했다. 회의가 끝날 무렵에는 의원 절반 정도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아울러 여야가 임시회를 소집해 본회의 일정에 합의했지만 정쟁 등으로 본회의를 개최하지 못하고 공전한 기간은 무려 132일에 이른다. 과연 국회의원이 '본업에 충실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본업에도 충실하지 못하면서 겸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이라면 공익을 추구하고 입법 등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사직권고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통보 당시 의장께서는 해당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득표 활동으로 내비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그같이 권고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회의원들이 겸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기득권 유지'라는 비판도 크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가령 생활체육단체의 경우 회원수나 지역 내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정치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비인기종목의 경우도 영향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대표성을 띨 수 있다는 점에서 현역의원은 물론이고 정치 신인들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표심이 곧 생명'인 국회의원들로서는 포기하기 쉽지 않은 '달콤한 유혹'이라는 것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소 원장은 "국회의원들이 다른 단체와 겸직을 하고 있는 이유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주는 특권의식 때문"이라면서 "특히 국회의원이 해당 단체 이사장이나 회장을 맡고 있을 경우 아무래도 청탁 등을 바라는 사람들이 해당 단체에 몰릴 수 있어 또 다른 부정부패의 싹을 키울 여지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단체…지역구 무관"
상당수 겸직 유지 의원들은 해당 단체의 성격과 후임자 물색의 어려움 등 불가피성을 이유로 꼽았다. '표'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봉사' 차원에서 맡고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 회장)은 "굉장히 열악한 스포츠 단체다. 태권도나 복싱, 야구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중성이 강한 분야도 아니고 상당히 열악하고 재정도 부족하다"며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서 계속 맡고 있다"고 항변했다. 같은 당 류지영 의원(한국에어로빅체조연맹 회장)도 "한국유아교육인협회 회장은 국회의장의 사직권고 직후 사직했다"며 "에어로빅체조연맹은 세계 대회도 유치해 놓고 해서 마무리하고 물러나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구와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내 도움이 그 사람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신계륜 의원실 관계자는 "사직하려고 했지만 협회 쪽에서 강력히 요구해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 1월 임기까지만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 관계자 역시 "진작에 연맹 측에 회장직 그만두겠다고 말했다"며 "다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사업은 정리되고 후임 회장이 이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집행부에서 주문해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 겸직 규정 강화해야"
하지만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와 전문가들은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특정단체를 대표하고 이익 추구에 노출돼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들의 겸직 논란과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겸직 규정이 애매모호하고 '사직권고'의 경우 구속력이 없는 만큼 국회의원들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현직 의원은 겸직 유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겸직에 대한 사직 '권고'니까…"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겸직 관련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강력한 윤리 코드가 있어서 의회에서는 '선거운동' 이야기도 못할 정도로 의정활동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규정이 강하지 못하다. 겸직 관련 판단도 '사직권고'는 해석하기 나름인 만큼 국회의원들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도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사직권고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띠지 않는 만큼 국회의원들의 겸직을 금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규정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여야는 2013년 7월 국회의원 겸직과 영리업무 종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겸직 금지 대상을 둘러싼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 규칙안은 2014년 4월 마련됐음에도 현재까지 법사위원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국회팀 정인홍 차장 조윤주 김호연 조지민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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