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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한국 혁신지수와 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3 16:44

수정 2016.02.03 16:44

[fn논단] 한국 혁신지수와 경제

지난 1월 하순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블룸버그의 국가별 혁신지수 순위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측면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선 이번 발표로 2014년부터 3년 연속 가장 혁신적 국가로 선정됐으니 희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순위 산출에 사용된 여러 지표(R&D 지출, 제조업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첨단기술 집중도, 연구인력, 특허 활동 등)가 양적으로만 측정돼 혁신지수 그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관련 지표들은 혁신성을 측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 양적 지표여서 질적 측면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이 가장 좋지 않은 지표는 노동생산성이며 비교국가 중 39위를 기록했다.
낮은 노동생산성 순위를 높은 R&D 관련 양적 지표들로 극복해 전체 순위는 1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비중은 매우 높지만 R&D 투자의 효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 민간 R&D 투자의 75%가량이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중소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그 규모에 비해 미약한 편이다.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혁신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해보면 '가장 혁신적 국가'라는 평가에 도취돼서는 안 될 일이다.

혁신지수 산출에 사용된 여러 지표 중 필자는 '제조업 부가가치'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GDP에 대한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으로 측정된 이 지표에서 한국은 1위를 했으며 결국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는 한국 경제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이것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높은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을 나타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취약한 서비스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통상 주요 선진국의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GDP의 70%를 상회한다.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독일도 서비스업 비중이 65% 이상이다. 반면 한국은 2014년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59.4%(명목 기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제조업의 높은 비중 자체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서비스업은 중요한 성장동력이기도 하므로 이 부문의 취약성은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법률, 회계, 컨설팅 등 사업서비스와 의료, 금융업 등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며 사업서비스업은 제조업의 경쟁력과도 직접적 연관이 있으므로 이들 부문의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등의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게다가 서비스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에 비해 높으므로 서비스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혁신만이 혁신은 아니다. 서비스업 혁신과 성장 없이는 일자리 부족, 성장의 한계 등 한국 경제가 처한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평가는 혁신지수 1위라는 성과 뒤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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