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한그릇에 20만원.. 재방문율 갈수록 떨어져
이번 설 연휴에 중국인 관광객(유커) 15만6000여명이 한국을 찾아온다. 우리의 설 연휴에 해당하는 춘제(7~13일) 기간을 한국에서 즐기려는 관광객들이다. 불황에 시달려온 관광업계는 유커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 기쁨과 만족을 안고 돌아갈 이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우리 관광당국과 업계가 아직도 손님을 맞을 준비와 자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광업이 성공하는 길은 단순하다.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 실패하는 길도 명확하다. 한 번 온 손님을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로서는 후자 쪽에 가깝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재방문율(2회 이상 방문자 비율)은 2011년 31.5%에서 2014년 20.2%로 낮아졌다. 머무는 기간도 10.1일에서 5.7일로 짧아졌다. 활동도 쇼핑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으며 방문지가 서울과 제주로 국한되는 등 내용이 빈약했다.
유커들의 한국관광은 아직도 싸구려 패키지 관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싸구려 모텔과 음식점을 이용하며 하루 3~4회 쇼핑을 강요하고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인분이 2만2000원인 비빔밥을 20만2000원에 팔다가 단속된 사례도 있다. 다음에 안 와도 좋으니 이번에 지갑을 몽땅 털겠다는 식의 영업을 하다 보니 재방문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업계와 당국이 함께 나서 한국관광의 가격 대비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관광객을 내쫓는 저질업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유커 수는 2014년 612만명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598만명에 그쳤다. 우리 관광업계는 중국 14억 인구가 한 번씩만 방문해도 평생 벌어먹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인터넷 시대에 이건 오산이다.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나 SNS '웨이보'에는 한국관광에 대한 리뷰가 넘쳐난다. 부실한 서비스와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유커 1000만명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올해 유커 80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 관광업계가 싸구려, 바가지, 불친절의 세 가지 악습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것은 요원한 목표다. 최근 엔저와 중·일 관계 개선으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유커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문화와 비경을 체험할 수 있게 방문지를 확대해야 한다. 언어문제와 숙소, 명소 정보제공 등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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