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술 발달로 전통무역 줄고 데이터로 富 창출하는 시대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3 17:54

수정 2016.03.03 17:5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쪼그라든 세계 무역.. 원인은 경제구조 변화
경기 회복되더라도 예전같은 교역 가능성은 낮아
국가 간 재화·서비스 이동 줄고 디지털 이동 급증
디자인 파일 받아 3D프린터로 직접생산 머지않아
기술 발달로 전통무역 줄고 데이터로 富 창출하는 시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쪼그라들고 있는 세계 무역 규모 둔화가 경제구조 변화의 전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구조적 변화여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처럼 교역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기술 발달로 국가 간 재화를 주고받던 전통적인 무역의 시대가 저물고 데이터 교환으로 부를 창출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각국의 무역 전략도 변화하면서 전체 무역 규모가 함께 줄어들고 있다. 무역 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13.8% 줄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세계 경제성장률의 2배에 이르던 무역성장률은 2011년 이후 급격히 둔화되면서 지난해 연간 2.5%를 기록,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

■컨테이너 대신 데이터로 교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다국적 컨설팅업체 맥킨지 자료를 인용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에서 재화와 서비스, 금융 부문의 국가 간 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53%에서 2014년 39%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로버트 쿠프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성장세가 이렇게나 약한 것은 매우 오랜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FT는 지금 같은 무역 둔화는 197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있다. 맥킨지에 의하면 국가 간 디지털 정보 흐름은 2013~2015년 2배나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정보교환량은 평균 초당 290TB(테라바이트)인데 올해도 33%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맥킨지는 올해 세계 곳곳의 기업 및 개인들이 주고받는 데이터 규모가 2008년에 비해 20배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FT는 이를 두고 무역 형태의 구조적인 변화라고 분석했다. 기술 발달에 따라 페이스북이나 각종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이 새로운 무역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각국 제조업체들이 컨테이너로 부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디자인만 교환하고 제작은 3차원(3D)프린터로 주문자가 직접 생산하는 구조가 머지않았다. 2014년 기준 세계 각국의 자본, 재화, 서비스, 데이터가 이동하면서 만든 부가가치는 7조8000억달러(약 9488조원)로 이 가운데 2조8000억달러는 데이터의 흐름으로 생겨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014년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무역 둔화의 절반 정도는 경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략 변화에 주목해야

세계 무역 구조의 변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각국 기업들도 전통적인 수출입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역전략을 짜내고 있다.

우선 2014년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경우 과거 해외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국산화,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산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중국의 수입증가율은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17.7%에서 같은 해 12월 -4%까지 올랐으나 올해 1월 다시 -14.4%로 떨어졌다.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은 고국이나 대형 소비시장 근처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추세다. 맥킨지에 의하면 완제품 중에서 자동차나 의약품 같은 제품들은 무역으로 국경을 넘는 양이 소비자가 소비하는 전체 양보다 적다.

이와 관련, 김극수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과거 세계경제가 1% 성장하면 교역물량은 2% 증가하는 1대 2의 법칙이 있었으나, 최근 4년간은 거의 1대 1이 됐다"며 "중국이나 동아시아, 동유럽 등 국가들의 글로벌 생산체제로 들어온 효과가 다 없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앞으로는 물리적 물류이동의 탄력성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중국의 변화를 주목했다. 변 실장은 "중국의 경우 국내 생산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2000년대 가공수출 비중이 55%였는데 지금은 3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원자재부터 최종 소비까지 나라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른 국가들도 자국 내 생산시스템을 중국처럼 바꾸면 교역이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역 침체의 원인이 구조적인 만큼 해결책도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 쿠프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계획이 무역 침체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중동 등을 잇는 무역로를 재개발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무역 전략을 모방하려 든다고 봤다.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은 해외에서 생산하고 반대인 업종은 본국에서 만든다는 전략이다.


FT는 비록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해도 남아메리카 국가들이나 인도 등 중국을 대신할 신흥시장들이 부상하는 만큼 무역이 살아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윤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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