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환율 못믿겠다" IMF의 공개 압박.. 파생상품 계약자료 요구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환율 변동과 관련한 파생상품 계약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인민은행이 파생상품을 활용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판단,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원칙상 중국은 IMF의 요구에 따라야 하지만 자료 공개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IMF는 최근 인민은행이 선물환 등 파생상품 계약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수개월 전부터 위안화를 직접 매수해 달러를 떨어뜨리는 전통방식 대신 파생상품을 활용해 위안화 가치를 띄우고 있다.
인민은행이 국영은행들에 달러를 빌려주고 매도하게 한 후 해당 은행과 선물환 계약을 맺어 나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인민은행이 노골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덜 남기고 외환보유액을 천천히 감소시켜 '외환보유액 감소, 자본 유출'이라는 부작용도 적다.
또 경기가 둔화됐을 때 시장에 상대적으로 적은 위안화를 공급해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한 파생상품 규모가 1500억~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환 트레이더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정책을 투명하게 알 수 없어 전략을 짜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주핑 위안캐피털 수석투자책임자는 "선물환을 활용하면 위안화 절하 기대심리를 통제할 수는 있지만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의 축소 규모와 자본유출의 실제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위안화를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에 편입시키면서 IMF의 특별 자료 제출 규정을 지키기로 약속한 바 있다. IMF의 이번 자료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해당 자료가 공개될 경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장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드러나게 돼 쉽게 응하기도 어렵다.
단적인 예로 지난 19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발전 고위급포럼'에서 "중국은 관리 변동 환율제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WSJ는 "이번 사안에 대해 IMF 대변인과 인민은행 모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WSJ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에 개설한 개인 블로그에서 "중국이 글로벌 금융과 경제 부문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 투명성 측면에서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투자자들과 대중, 중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경제상황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해줄 것"이라며 "중국이 투명성과 일관성을 강화할수록 중국의 경제활동과 금융시장 통합 역량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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