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탕감 반대' 독일 압박.. "요구수용 않을땐 7월 구제금융프로그램 불참"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는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금융 돈줄을 쥐고 있는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채무 부담 경감을 반대하는 가운데 그리스는 IMF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재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스 부채감면을 놓고 IMF와 유로존의 중심국인 독일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이하 현지시간)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지난달 19일 폴 톰슨 IMF 유럽담당 국장과 딜리아 벨쿠레스쿠 IMF 그리스 구제금융 책임자 간 전화회의에서 이같은 논의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톰슨 국장은 이 상태로는 그리스가 다시 디폴트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채무탕감이라는 IMF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IMF가 6년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철수할 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86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금융은 IMF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를 통해 진행 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주축은 IMF와 EU 집행위원회다.
특히 EU의 구제금융 자금은 주로 독일에서 나오고 있고, 독일 의회는 IMF가 구제금융에서 탈퇴하면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전화회의에서 톰슨 국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위기로 심각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를 이용해 그리스의 채무탕감에 동의할 것인지 아니면 IMF의 구제금융채권단 탈퇴를 받아들일지를 선택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에게 IMF 없는 구제금융이나 부채탕감 가운데 어느 것이 비용이 적게드는 것인지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톰슨 국장의 발언은 대규모 채무조정이 없이는 그리스가 경제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비관에서 비롯됐다.
그는 유럽이 늘 느긋하게 논의만 하다 그리스에 돈이 다 떨어지고, 디폴트가 다 돼서야 지원을 결정하는 행태를 되풀이해왔다면서 이번에도 7월까지 이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특히 이번에는 유럽이 난민위기와 6월 23일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 그리스가 대규모 채무변제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톰슨은 지적했다.
FT는 IMF의 전화회의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그리스 채무탕감 반대 발언이 나온 며칠 뒤 이뤄졌다고 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난해 7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채무조정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대해왔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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