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개발도상국 대출 급증

원자재 값 하락 때문

【 뉴욕=정지원 특파원】 개발도상국들이 원자재 값 하락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으면서 세계은행(WB)의 대출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T와 인터뷰에서 오는 6월 말로 끝나는 2015회계연도 대출 총액이 250억∼300억 달러(약 28조6700억~34조4000억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대출규모가 442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김용 총재는 "2015회계연도의 대출 액수는 비상이 아닌 때 발생한 대출 규모로는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은행 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페루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의 예산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프리카 최대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경우, 무려 11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계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FT는 또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연계하지 않고 국가 예산에 바로 편입할 수 있는 이른바 '개발정책 대출' 신청도 지난해 늘어나면서 세계은행의 전체 대출의 45%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세계은행이 대출을 늘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대응 기구로서의 역할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개도국들이 IMF의 도움을 받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수단으로 세계은행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대해 김용 총재와 인드라와티 COO는 세계은행이 IMF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은 아니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두 사람은 세계은행의 대출에도 다수의 개혁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IMF와의 협의 하에 이뤄진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이어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은행의 증자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세계은행이 감축한 비용은 약 4억달러에 달한다면서 기존 재원에 대한 새로운 운용 방안도 마련했지만 더 많은 실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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