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연일 연중 최고치 경신, WTI 등 골든크로스 발생
국제유가가 12일(이하 현지시간) 연중 최고치로 올라섰다.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란 동참 여부에 관계없이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원유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해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였다. 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런던시장(ICE)에서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일비 배럴당 1.86달러(4.3%) 급등한 44.69달러에 거래돼 200일 이동평균가격대인 43.53달러를 뛰어넘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WTI 5월물이 1.81달러(4.48%) 뛴 42.17달러에 마감해 200일 이평선인 41.04달러를 돌파했다. 연중최고치다. 올 들어 유가가 비관 전망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타는데다 달러 약세까지 유가 상승에 보탬이 되면서 투기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 야코브 애널리스트는 200일 이평선이 뚫리면 시장에 투기자금 유입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름세로 출발한 유가는 오는 17일 카타르 도하의 산유국 회의를 나흘 앞둔 이날 사우디와 러시아가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다는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보도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도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이란의 동참 여부와 관계없이 양국의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상 산유국들의 생산여력이 소진돼 동결 합의가 나오더라도 석유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은 유가 상승의 발판으로 삼았다. 호재에 민감한 전형적인 상승 국면의 반응이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프라이스 퓨처스그룹의 필 플린은 "이제 사람들이 이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시장에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미국 산유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장이 새로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데다 쿠웨이트 석유·가스 노동자들이 오는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란 소식 역시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비관전망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원유 재고가 사상최대 수준인데다 유가 상승은 생산중단에 들어간 미 셰일석유 예비 공급자들을 언제든 생산현장으로 복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진 맥길리언 선임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합의 발표가 과연 신빙성이 있느냐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긍정적인 성명이 유가에 상당한 호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산유량 동결이 임박했다는 러시아의 발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러시아가 사우디 등과 동결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우디는 이후 이란의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맥길리언은 산유량 동결 논의가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란의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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