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용어에 구성의 오류(The Fallacy of Composition)라는 말이 있다. 개별적으로는 타당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는 옳지 않은 또는 모순이 생기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 또는 국가의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옳다고 생각한 행동이 구성원 전체 입장에서는 옳지 않은 행동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들을 뜻한다. 예를 들면 운동경기장이나 극장에서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이 경기나 영화, 연극 등을 더 잘 관람하기 위해 일어서게 되면 뒷줄에 앉아 있던 관람객들도 모두 일어서게 되어, 결국 모든 관객이 더 이상은 앉아서는 관람하게 되지 못하는 현상들을 일컫는다. 경제에 있어서도 개개인이 절약의 미덕을 살려 저축을 많이 하게 되면 미래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고 장래의 생활도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자금 조달이 용이해져 투자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바람직한 일이 되지만, 모든 국민이 소비를 외면하고 저축에 몰두하게 되면 오히려 국가적으로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는 쌓이게 되고 생산활동의 위축으로 실업은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 경기는 침체기로 들어서게 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과 침체 악순환이 그러했고, 요즘 우리의 경제가 극심한 내수부진에 허덕이는 것도 어쩌면 구성의 오류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이렇게 난데없이 구성의 오류라는 경제학 용어를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국가나 정치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시끌벅적했다는 표현만으로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격렬한 논란을 거쳐 여야 모두 나름대로의 후보를 선정하고 국회의원 선거도 끝나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었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구태의연한 정치판을 재연해서는 안된다는 간절함이 있어서다. 당 차원의 공약은 나름 국정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국회의원의 공약을 보다 보면 민생과 지역문제 해결이 너무도 눈에 띈다. 너도나도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외치지만, 혹 과도한 민생과 지역문제 해결이 국가경제 전체에 있어서는 구성의 오류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다. 굳이 지역이기주의나 복지 포퓰리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차하면 모두가 다 일어서서 경기를 관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국가와 집합적 의미의 정치권의 적절하고 올바른 개입, 조정이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바로 나무만 보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숲을 보는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어느 공약 하나 건성으로 만들었을 리 만무하지만 개별 정책의 단순한 합이 반드시 전체적 최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구성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고민할 때로 돌아가 각각의 정책이 야기할 문제들과 정책조합을 어떻게 하는 것이 시너지를 최대화하는지를 재검토하고, 전체적 조화를 위해서는 개별 공약의 수정, 폐기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불가피성을 국민들께 진솔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구성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출퇴근길에 주요 교통혼잡지역에서 차량 소통을 빠르게 하기 위해 교통경찰들이 열심이다. 교통신호도 차선도 있건만,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교통흐름이 매우 달라진다. 신호와 개개인의 규칙준수만으로는 원활한 교통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정치가 그래야 한다. 차선을 그리고 교통신호만을 만드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다. 원활한 교통흐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땀 흘리는 교통경찰 같은 역할을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서 큰 숲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높은 자리로 올려주길 원한다면 우리 모두가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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