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나랏돈 편취 혐의' 더벤처스, 팁스 운영사 자격 박탈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2 17:53

수정 2016.04.22 19:59

檢, 사기·알선수재 혐의로 대표 구속 기소
중기청 "벤처 피해 우려.. 자격 취소 신중 검토"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 정부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던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기소돼 파장이 일고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양인철 부장검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호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지난 4일 검찰은 호 대표를 구속, 수사해 왔다.

23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불구속 수사 상태로 전환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기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팁스 제도를 운영하던 중소기업청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 중기청, 더벤처스 팁스운영사 자격 놓고 '고심'

팁스는 민간투자자가 초기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9억원을 지원해주는 창업 지원 사업이다. 검찰에 따르면 호 대표는 정부에서 팁스 보조금을 지원받게 해주는 대가로 통상보다 많은 지분을 요구했다. 또 중기청에 일부 내용이 누락된 계약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피해자는 벤처업체가 아니라 중기청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더벤처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기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40% 이내에서 스타트업과 합의해 지분을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더벤처스는 현재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고 재판을 준비 중이다.

더벤처스 측은 "팁스 운영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은 관리 감독 기관인 중기청의 특별 점검(4월 7~8일 양일간 시행)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면서 "향후 재판을 통해 모든 혐의가 무죄로 밝혀질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호 대표의 기소에도 중기청이 더벤처스의 팁스 운영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인 만큼 아직 사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운영사 자격이 취소되고 지원금이 환수조치되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더벤처스의 팁스 운영사 자격을 취소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우려할 사항이 더 많다"면서 "파급효과를 두루 검토해서 신중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벤처생태계 깨질까 우려

이번 사태로 정부 주도의 사업은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문제다. 굳이 골치 아픈 정부 자금 운영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팁스를 통해 조성된 창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벤처붐도 일부의 불법행위로 인해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급속한 쇠락의 길로 접어든 전례가 있다. 이후 10년의 침체기를 지나 '제 2의 벤처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무적인 현재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벤처의 겨울이 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청도 정부차원에서 벤처 부흥을 위해 여러가지 제도를 운영 중인데 이번 사태로 기업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돌변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최근 "팁스 관련한 최근 사태를 확대해석해선 곤란하다"면서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벤처창업계에서 자칫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팁스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만큼 중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제도를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더벤처스 외에 지분율 비중이 높은 일부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진행 하고 있다.
팁스 운용사의 지분율 상한을 낮추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운영성과에 대한 면밀한 성과평가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팁스 선진화 방안'을 내달까지 마련한다. 또 운영사별 평균 지분율 공개, 투자조건 및 지분 인정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중기청 관계자는 "팁스의 구조적 문제 보다는 운영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문제"라면서 "팁스제도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팁스 선진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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