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민원 우려해 소방벨 차단.. 주민 화재로 숨져 경비원 기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집안에 실제 불이 났지만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판단,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혐의로 아파트 경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경비원은 오작동 소음으로 인한 주민 민원을 우려해 소방벨을 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 관악구의 한 재개발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비원 A씨(61)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1일 밤 근무 중 화재경보가 울리고 아래층 주민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불이 난 세대 내부는 들여다보지 않아 혼자 살던 B씨(80.여)를 화재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그날 밤 B씨의 집에 누전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불이 났고 11시56분께 관리사무소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했다.

'○○○동 11층 발신기 작동'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약 8분 뒤에는 B씨 아랫집 주민이 "윗집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를 계속 지르는데 빨리 가보라"며 신고도 했다.

불이 나 천장에 화재감지기가 작동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에 해당 층과 시간이 표시되고 관리사무소와 해당 층에 소방벨이 울린다.

A씨는 작동위치 등도 확인하지 않은 채 오작동이라 속단하고 벨을 끈채 화재경보 기능을 정지시켰다. 평소 오작동으로 벨이 울릴 때 소음 민원이 많은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11층까지 올라가 보기는 했지만 11, 12층 복도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만 점검했을 뿐 B씨 집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문이 닫혀 있었고 현관문이 방화문이어서 연기가 새나오지 않아 복도에서만 보면 불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한 B씨는 12월 2일 새벽 2시께 숨졌다.

그날 오전 10시50분께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찾아온 손녀가 숨진 B씨를 발견했다.

[e-mail]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