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PC 시장처럼 성장 정체 운명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13년만에 첫 매출 감소세를 기록한 애플의 2·4회계분기 실적은 그 상징이다. 아이폰을 앞세워 거침없이 질주하던 애플은 9년만에 첫 아이폰 판매 감소세에 무릎을 꿇었다.
애플 분기 실적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리서치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1·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3%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사상 첫 감소세다.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생애 첫 구매자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다. 스마트폰 업체들도 지난 수년간 PC 업체들이 겪었던 매출 감소세 운명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의 대응은 2가지로 압축된다. 로봇부터 무인자동차, 가상현실(VR) 헤드셋, 사물인터넷(IoT)에 이르기까지 사업분야를 다각화하는 한편 부품업체를 쥐어짜는 것이다.
갤럭시 S7 판매 호조로 탄탄한 실적을 보인 삼성 역시 VR 등 스마트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신기술이 새로운 주력으로 자리잡는데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손에 잡히는 수단은 하청업체 압박이다. 부품단가를 후려쳐 마진을 높이는 방법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게 부품업체임을 뜻한다.
휴대폰용 반도체, 센서, 기타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압박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주 소니는 분기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미지 센서 수요 둔화가 배경이다. 샤프전자, SK 하이닉스, 파워관리 부품 공급업체인 유럽의 다이얼로그 반도체 모두 수요 둔화를 호소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업체에 다양한 장비를 납품하는 일본 무라타 제작소는 올 순익이 13%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뒤 도쿄증시에서 주가가 13% 폭락했다.
에이비에이트 글로벌의 닐 캠플링 애널리스트는 "애플 슈퍼사이클 종막을 앞두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업체들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 부품업체들을 쥐어짜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업체도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분기 19%를 포함해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퀄컴은 드론(무인기), 스마트카, 스마트홈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사업다각화가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할만큼 시장성이 밝지 않다는데 있다.
퀄컴의 경우 새 사업부문에서 올해 25억달러 매출을 거둔다 해도 전체 매출의 11%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 자체가 낮다.
애플도 아이폰 판매 둔화에 맞서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앱스토어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비록 마진이 매우 높고, 지난 분기 20% 매출 신장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애플이 추진하는 무인자동차 애플카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몇년 뒤에나 나올까 말까하고, 아예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도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닐 모스턴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부문을 온전히 대체할만한 빅아이템은 없다면서 IoT부터 드론, 가정용 로봇,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홈, 무인자동차, 무인사무실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매출 감소세가 보전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IoT의 경우 2020년까지 50억개가 사용돼 스마트폰 사용 규모 40억대를 웃돌겠지만 단가가 1~2달러 수준이어서 실적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IoT는 교체 주기도 5~10년이어서 대당 수백달러에 교체주기가 2~3년인 스마트폰을 대체하기에는 턱없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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