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역할론'에 '원칙론'으로 맞선 이주열 총재
국책銀 출자엔 난색.. 손실 최소화 원칙 어긋나
간접지원하는 방안 검토
자본확충펀드 대안 제시
시중은행에 채권 담보로 대출해주는 방식 검토
국책銀 출자엔 난색.. 손실 최소화 원칙 어긋나
간접지원하는 방안 검토
자본확충펀드 대안 제시
시중은행에 채권 담보로 대출해주는 방식 검토
!["직접출자 아닌 대출로 구조조정 지원"](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6/05/05/201605052153590130_l.jpg)
【 프랑크푸르트(독일)=박소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돈'을 찍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라는 '한은 역할론'에 대해 '손실 최소화 원칙'으로 맞섰다. 이 총재는 "담보 없이는 발권력 동원이 어렵다"면서 사실상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의 사례로 자본확충펀드를 들었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 때는 반드시 준수해야 할 책무와 원칙이 있다"면서 "불가피성이 납득돼야 하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거론한 손실 최소화의 원칙이란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을 원금에 가깝게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발권력 동원의 전제요건으로 회수가능한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국가의 자원을 배분하는데 손실을 허용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면서 "오죽하면 (한은법에) 담보도 국채, 정부 보증채만 잡을 수 있다고 했겠나. 비상시 국가자산을 투입할 수는 있지만 절대 손해를 보지는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한은 발권력 동원의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는 바로 이 손실 최소화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직접 출자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과 관련, "자본확충펀드는 은행에 자금을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회수가 확실한 담보를 잡는다는 점에서 한은의 손실 최소화 원칙에 부합한다"고 이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담보가 없는 출자와 다르다.
이 총재는 이어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봤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구조조정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FRB가 AIG, GE 등에 특별융자를 하는 과정에서도 '손실 최소화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출자는 회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FRB는) 주로 출자보다 대출 형태를 취했다"면서 "AIG에 대출을 해주면서는 AIG 전 재산을 담보로 잡았다"고 했다.
이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조정 관련,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한 데 대해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본다"고 재차 평가했다. 그는 "유 부총리께서 국회와 소통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획득하겠다고 하신 말씀은 아주 적절하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이 들어가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양적완화란 표현은 하지 말자. 난 도저히 그게 뭔지…"라면서 "최근의 기업 구조조정 논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이라는 단어가 맞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한은에 건의한 지급준비율 인하와 관련, 이 총재는 "지급준비율은 통화정책의 한 수단이니까 다른 정책수단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우면 생각해봐야 하지만 선제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 회사채 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s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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