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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김영란법의 내수 영향, 빅데이터로 분석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9 17:23

수정 2016.05.09 17:23

[fn논단] 김영란법의 내수 영향, 빅데이터로 분석하라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 이상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는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소위 '밥값'은 기존 3만원 상한액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물 상한선은 5만원, 경조사비는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개정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김영란법이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내수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선물 가격 상한선 등 합리적인 수준으로 시행령을 제정하려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여당은 농.수.축산업계 반발과 내수시장 위축 등을 우려해 식사나 선물 액수의 한도를 10만원까지 올리는 안을 검토했었다. 앞서 농.수.축산업계는 소비 감소 등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며 단가가 비싼 한우와 굴비, 화훼 등을 법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물론 입법예고 이후 시행령 제정까지 4개월 가까이 소요된다고 한다. 권익위는 6월 22일까지 시행령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공청회도 열어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관련기관 간에도 세부 협의를 진행, 8월 중순 이후 법 시행 전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우리 특유의 사회통념 수준을 고려하는 것도 좋지만 식사.선물.경조사 허용액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과연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신기술을 적용, 허용액에 따른 내수 영향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추진했는지 여부다.

빅데이터는 수많은 현대사회 구성원의 활동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산업에 혁신을 이끌어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지능의 최신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의 핵심은 빅데이터에 의해 과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혁신을 이룬 것이다. 빅데이터에 의해 기계학습의 사물 인식 성능이 혁신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자가 운전할 때 빅데이터에 의해 개발된 스마트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와 그냥 감으로 운전을 할 때의 급격한 성능 차이는 이미 입증됐다.

중요한 것은 최종 법 시행 이전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한액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가뜩이나 침체된 국민경제가 다시 위축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단순히 국세청의 세금 납부 자료에 근거한 사용총액을 가지고 상한액을 결정하는 것은 복잡한 구조의 국민경제를 간단하게 단층화(單層化)시킬 우려가 있다.

농.수.축산물업, 요식업, 화훼업의 소상공인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은 제2, 제3의 소비를 연속 창출해 자영업 발전을 배가시킨다.
예를 들어 꽃을 판 화훼업자는 초기에 번 돈으로 식당에 가서 밥 사먹고, 식당 주인은 그 돈으로 여행 가고, 여행업자는 번 돈으로 옷을 사입는다. 초기 100만원의 소비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수백만원 이상의 현금유통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내수 효과를 빅데이터를 통해 정교하게 심층분석해야 정책의 시행착오를 줄여 김영란법의 취지인 부정부패 근절과 법치가 중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이익을 증진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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