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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후정책 사령탑 바꾸길 잘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7 16:52

수정 2016.05.17 16:52

환경부서 국무조정실로.. 현실적인 대안 마련 기대
온실가스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환경부에서 국무총리 아래 국무조정실로 넘어갔다. 정부는 17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를 위해 녹색성장법과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을 각각 개정했다. 하필 이날 유 부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은 묘한 일치다. 새로운 정책의 틀 안에서 경제 선임부서인 기재부의 몫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정부 이래 온실가스 주무부서이던 환경부의 역할은 쪼그라들었다.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는 국무조정실로 소속이 바뀐다. 컨트롤타워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다. 배출권 거래 정책은 기재부가 총괄한다. 할당 계획을 세우고 거래시장을 운영하는 일이 다 기재부의 몫이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미래경제전략국 아래 기후경제과를 신설한다. 국무조정실.기재부가 전략을 짜면 실제 정책집행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4개 부서가 맡는다.

환경부의 역할 축소는 예견됐던 일이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그 덕에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녹색 열정은 전임자에 미치지 못한다.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준수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대신 박근혜정부는 재계의 우려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가 컨트롤타워 변경, 기재부 비중 확대, 환경부 역할 축소로 나타났다.

정부의 현실적 접근은 바람직한 일이다. 온실가스 정책은 국가적 사업이다. 환경부에만 맡기면 필연적으로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제조업.수출 중심의 신흥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4만달러 벽을 넘어선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좀 더 성장해야 한다. 그런 나라의 기후정책이 유럽 선진국들과 같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늘 산업부와 티격태격했다. 작년 1월 문을 연 배출권 거래시장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산업계의 반대를 무릅쓴 개장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환경부의 권한 축소는 불가피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작년 12월 타결된 파리기후협약은 오는 2020년부터 선진국.개도국 모두에게 감축 의무를 부과한다. 어떤 나라도 이 의무에서 벗어날 순 없다. 녹색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환경부의 역할 축소가 산업계의 태만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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