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있다. 경제학계에서 나온 논의들로 반박하고자 한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데이비드 쿠퍼 선임 연구원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의 주최로 열린 '독일·미국의 사례를 통해 본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줄고, 물가인상이 일어난다'는 경영계에서 줄곧 주장하는 논리이다. 마침 이날 여의도 전경련에서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경쟁과 그 폐해'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 발제를 맡은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는 "내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50만 명의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쿠퍼 연구원은 이를 '오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90년대 이후 관련 연구가 축적되자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상승과 고용 하락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최저임금 관련 연구를 종합한 메타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탄력성 평균치는 -0.0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실제 최저임금에 큰 영향을 받는 요식업조차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경우, 가격은 0.3%~1.5% 정도 올라간다고 밝혔다. 임금이 기업 운영비에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되레 저임금 노동자의 급여는 지대(rent)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오히려 그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증대는 소비를 늘리고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최저임금이 24% 인상되면 GDP가 0.3%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토르스텐 칼리나 연구원은 "독일은 2015년 최저임금 도입 이후 실업률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며 "최저임금 상승에 피해를 보는 산업군을 정해 2년의 유예기간을 두며 관리중"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본 최저임금 상승의 효과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한국노동연구원 황덕순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저임금노동력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국가가 아니기에 수출시장에서 생산비용이 상승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논의와 더불어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공식취업 계층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심포지엄을 후원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5년, 짧으면 3년 전부터 소득주도성장론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공허함을 최저임금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당위적으로만 여겨지고 멀리 있는 걸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해법을 찾고 우리 사회 전체를 짊어질 담론을 도출하고 대안을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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