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윤석남에게는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페미니스트 화가 1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주류 미술계에서 간과했던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관점에 천착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김구림, 육명심, 윤석남. 한국 미술계 세 거목의 작품 세계가 디지털 세상에 총망라된다. '원로작가 디지털 자료집'을 통해서다.
그간 미술계에서는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작품 유통 과정에서 위작 시비가 빈번히 불거지는 상황에서 진위 감정의 기초 자료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원로작가 디지털 자료집'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75세 이상 원로작가의 평생의 화업을 정리하고 그 결과물을 국.영문 디지털 자료로 만드는 작업이다. 작가의 객관적이고 검증된 자료를 집대성하고,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이 용이하도록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자료집에는 작가의 전체 작품과 연보, 전시 이력, 참고문헌 등 작가와 관련된 자료를 비롯해 작가 비평과 인터뷰 영상이 수록된다. 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셈이다.
원로작가 선정은 공모를 통해 이뤄진다. 한 작가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과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팀이 공모에 참가하면 전시기획자, 아카이빙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시각 예술분야 전문가 그룹이 심사를 통해 연구팀을 뽑는 식이다.
자료집은 영문본으로도 발간해 해외 갤러리나 미술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에 대한 연구 지원, 영문 자료 제작.보급을 통해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와 이해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번째 공모에서는 박서보, 이승택, 최만린이 원로작가로 선정됐다. 올해는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김구림, 육명심, 윤석남이 디지털 자료집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지난해 선정 작가들의 자료 아카이빙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연내 디지털 자료집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 관계자, 디지털 전작 도록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제작 과정과 결과물을 연말께 발표할 계획"이라며 "아카이빙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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