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빨판처럼 표면에 착 달라붙는 ‘스마트 접착 패드’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외부 온도가 높으면 달라붙고, 온도가 낮으면 떨어지는 특성을 가진 이 패드는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에 필요한 만큼 붙일 수 있는 고성능 스마트 접착 패드로 주목받고 있다.
30일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에 따르면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 교수팀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이병권)의 김형준 박사팀이 공동으로 문어 빨판의 구조와 접착 원리를 모사한 ‘열반응성 스마트 접착 패드’를 개발했다.
다리에 있는 빨판 속 근육을 움직여 외부 표면에 달라붙는 정도를 조절하는 문어는 빨판이 어떤 표면에 달라붙으면 외부와 단절된 공간(cavity)이 생기며, 빨판 근육을 움직이면 빨판 벽 두께가 달라져 공간 크기에도 영향을 준다.
이는 공간 내‧외부 압력차이로 이어져 빨판 벽이 얇으면 공간 내 압력이 낮아져 잘 달라붙고, 반대 경우는 잘 떨어지는 특성을 갖는다. 문어는 이 원리를 이용해 외부 표면에 접착하거나 기어오른다.
고현협 교수팀은 문어 빨판의 구조와 접착특성 조절 원리를 스마트 접착 패드에 적용해 우선 고분자 탄성체인 PDMS(polydimethylsiloxane)에 움푹 파인 구멍을 뚫고, 여기에 열반응성 하이드로젤(pNIPAM)을 붙인 뒤 코팅했다.
구멍 뚫린 PDMS가 빨판 모양이고, 열에 반응하는 하이드로젤이 빨판 근육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열반응성 하이드로젤인 pNIPAM은 32℃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수축하고,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습윤 팽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재료로 만든 스마트 접착 패드는 외부 표면에 닿았을 때 온도에 따라 접착특성이 달라져 문어 빨판처럼 작동한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호찬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 스마트 접착 패드의 접착력은 15kPa(킬로파스칼) 정도인데,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접착 패드는 94kPa으로 약 6배 높게 나타났다”며 “붙었다 떼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접착 점멸비도 기존보다 약 60배 높은데다 내구성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 스마트 접착 패드는 특히 붙이기 전에 미리 눌러주는 ‘예압(preload)’이 필요하지 않아 마이크로/나노 분야에서 응용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스마트 접착 패드를 이용해 반도체 마이크로/나노 박막을 원하는 기판에 집적시키는 스마트 프린팅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고성능 트랜지스터도 제작했다.
고현협 교수는 “새로운 개념의 생체모사 스마트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기존보다 우수한 접착특성을 갖는 스마트 접착 시스템을 구현해냈다”며 “이번 성과는 전자소자 분야뿐 아니라 의료용 접착패치, 로보틱스 분야에도 폭넓게 응용될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앞으로 생체모사소재와 다른 분야의 융합형 연구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6월 20일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kky060@fnnews.com 김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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