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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자율주행차 첫 사망사고 , 기술적 한계 드러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1 15:42

수정 2016.07.01 16:03

자율주행차 개발이래 처음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장미빛으로만 보이던 기술이 생명을 위협한 첫번째 사례로 국내외 관련 업체들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에서 올해 5월 7일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자사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이었다고 인정했다. 테슬라는 이어 미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으며 NHTSA가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장애물과 배경을 구분 못해
사고는 플로리다주 윌리스턴의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테슬라의 '모델S'를 운전하던 조슈아 브라운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 하던 대형 트레일러 트럭에 부딪혀 사망했다. '자율주행모드'로 작동 중이던 그의 차는 만약 정상 작동했다면 트레일러 앞에서 정지해야 했지만 그대로 트레일러 바닥과 도로 사이 빈틈으로 돌진했다. 브라운은 차가 트레일러 하부에 충돌할 때 앞 유리가 부서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올해 40세인 그는 사고한달 전 인터넷에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기능을 자랑하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고 트럭 운전사는 이후 인터뷰에서 브라운의 차가 빠른 속도로 내달렸으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테슬라는 사고 원인에 대해 자동차가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운전자와 자율주행장치 모두가 흰색으로 칠해진 트레일러 옆면과 밝은 하늘을 구별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NHTSA는 미국에서 주행 중인 약 2만5000만대의 모델S에 대해 정밀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모델S의 소프트웨어를 판올림하면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발표 당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극적 사고에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먹구름
WSJ는 이번 사고로 안전문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자율주행차 산업 전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진다고 내다봤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에 나선 구글의 경우 지난해 11월까지 약 330만㎞를 주행하는 동안 17건의 경미한 사고를 냈다. 해당 사고들 또한 다른 인간 운전자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올해 2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시내버스를 들이받아 처음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접촉사고를 냈으나 사상자는 없었다. 핵심 업체들은 2020년이면 상용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구글은 지난달 피아트크라이슬러와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바이두 등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 다퉈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발표에서 앞으로 2년 내에 미국을 가로지를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사상최초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테슬라는 이번 발표 당일 자율주행차를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모드가 실행되면 계기판 화면에 '항상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안내문이 나온다"며 운전자가 자율주행모드 작동시 주의를 기울이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모델S는 비록 자율주행모드라도 운전자가 주기적으로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자동으로 속력을 줄인다.

테슬라 주가는 발표당일 2.5%이상 폭락했다. WSJ는 미 정부가 올 여름 안에 자율주행차량 시험주행에 대한 새로운 운행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규제 보수적으로 변할 수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장밋빛으로만 바라봤던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순간적으로 센서 오작동 등을 확인 못해서 사망사건이 난 것 같은데, 이번 사건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경고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차만 잘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인프라나 법적인 문제, 운전자 패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업계에 고민거리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불행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런 사건이 계속 생기면 예정했던 것 보다 자율주행차의 목표 출시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자율주행과 관련해 안전문제를 중요시하고,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보는 업계 보수파들의 의견이 우세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 교수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완성차업계 등 보수적인 집단과 구글 등 IT업계의 진보적인 집단이 있는데 이런 사건이 한두 건씩 생겨나기 시작하면 보수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인허가를 담당하는 정부나 검사기관들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있어 보다 안전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테슬라 사고가 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대량 양산을 염두고 두고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네시스 EQ900과 G80에 다양한 자율주행 기반 기술들이 들어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기능들은 실제 상황에서 상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보수적으로 작동하게끔 세팅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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