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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음악가가 작곡한 국악, 들어보실래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06 16:48

수정 2016.07.06 22:22

대금 연주가 김정승, 8일 국립국악원서 국악관현악 공연
내년 퍼시픽림에 선보일 음악.. 전통음악의 과감한 실험 무대
미국 현대음악가가 작곡한 국악, 들어보실래요?

시작은 새로운 소리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5음계에 최적화된 대금으로 서양의 12음계를 고르고 빠르게 낼 수 있을까. 하나의 운지법으로 여러 음을 내는 멀티포닉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현대적인 주법에 대한 탐구는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의 원동력이 됐다. 한국 전통음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김정승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42·사진) 얘기다.

국악계 최초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그룹인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의 창단멤버인 그는 현대음악적 연주기법들을 고안하고 직접 연주하며 전통악기를 위한 현대음악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김 교수는 오는 9월 정식 개관하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미국의 현대음악 축제인 '퍼시픽 림 뮤직 페스티벌'(이하 퍼시픽 림)에서 국악 워크숍과 연주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8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무대에서 내년 '퍼시픽 림'에서 선보일 국악관현악을 미리 한국 관객에게 실내악 버전으로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연주할 작품의 작곡가들이다.
UC버클리의 신디 콕스 교수, 하와이대학교의 도널드 워맥 등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5명이 나섰다. 김 교수는 이것을 "한국음악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국립국악원에서 국제국악연수 프로그램을 오픈하면 미국 뿐만 아니라 벨기에, 독일, 태국 등 전 세계의 작곡가들이 지원을 합니다.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인프라는 이미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할 때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전통음악의 과감한 실험에 대한 일부 따가운 시선이 있다. 외국인이 작곡한 것을 진정한 국악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면서도 "넓고 길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 토루 타케미츠의 예를 들었다. "한국의 윤이상, 중국의 추웬충과 함께 아시아의 세 마리 용이라 불리는 분이죠. 그가 작곡한 '노벰버 스텝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쿠하치(일본 전통악기) 붐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곡이 일본 음악의 원류를 표현하고 있느냐.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주와 함께 해설자로 나선 김 교수는 "국악을 사랑하는 국내외 음악가들의 고민과 소중한 도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현대미술을 보면 잘 이해가 안 가는 작품들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죠."

김 교수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예술감독으로서 개관 프로그램을 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마이크 시스템 없이 자연음을 사용하는 144석의 소극장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만드는 데 사활이 걸려있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세련됨과 친근감이 공존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려고 해요. 예술적인 격조가 있으면서 관객들과 친밀하게 호흡할 수 있는 무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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