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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생각하십니까)편의점 앞 음주---"비현실적인 규제 뜯어고쳐야" vs. "엄연한 실정법 위반 단속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4 16:20

수정 2016.07.24 16:20

#.사회 초년생인 이모씨(31)에게 편의점 앞 파라솔은 각박한 일상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이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친구들과 소박하게 맥주 한두 캔을 즐겨오고 있다"면서 ”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술집에서 한 잔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더욱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씨(26)는 요즘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 새로 얻은 자취방 앞의 편의점 때문이다. 장씨는 “여름철을 맞아 편의점 앞에서 늦은 시간까지 음주흡연에다 고성방가로 인한 소음이 심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편의점 안은 물론이고 편의점이 설치한 파라솔에서에서의 음주도 법으로 금지돼 있는 점을 감안해 편의점측에 항의하지만 깊은 밤이라 점주를 만날 수 없을 뿐 더러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른척한다"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의 음주를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특히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려는 실속파 '올빼미 음주족'들이 크게 늘면서 편의점들은 파라솔 설치를 늘리고 각종 이벤트를 내세워 '여름특수 잡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편의점과 그주변에서의 음주에 대해 주변 거주자나 상인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한켠에서는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의 음주는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다른 한 켠에선 편의점 앞에서의 맥주 한두 캔 정도 음주는 사회통념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관련 법령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맞선다.

24일 관련 정부 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편의점 구역(편의점 내 또는 편의점이 설치한 외부 파라솔 등)에서의 음주는 불법이지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분류체계상 휴게음식점인 편의점에서는 음료와 컵라면 같은 간편조리 음식을 제외하고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특히 고객의 음주를 허용한 경우 편의점 영업허가(또는 등록) 취소와 함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인도에 파라솔과 테이블을 설치하는 것도 불법이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편의점업계·일부시민 "사문화된 제도 폐지해야"
하지만 편의점에서의 음주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번쯤은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정도는 즐겼거나 즐기고 있고 단속이나 제지를 당한 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씨(27)는 "편의점 앞 파라솔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점 측에서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고 누구나 거리낌 없이 간편한 음주를 즐기고 있는 만큼 불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마저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다. 서울 신촌의 한 편의점 직원 이모씨(25)는 "저도 평소 편의점에서 맥주를 즐기는 데 점주 등 누구로부터도 불법이라는 내용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박모씨(29)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는 '편의점 음주문화'가 대학생이나 서민들 사이에서 이미 자리 잡았는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편의점업계도 '편의점 앞 파라솔 설치 금지 및 금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서대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씨(58)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통염의 문제"라며 "편의점은 이미 시민들에게 간편음주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만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도 "시민안전이나 행인의 불편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파라솔에서 간단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영업자와 고객,더 나아가 소비진작 차원에서 국가 등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주변 거주자·상인 "불법행위 단속 통해 실효성 제고"
이에 비해 편의점의 불법영업 때문에 그 피해가 시민과 인근 상인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철저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실제로 서울 신촌의 대학가 인근은 지난 23일 밤 10시가 넘었지만 편의점 앞 파라솔마다 캔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일부 취객은 금연구역인데도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침을 뱉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편의점에서는 음주족들의 소음과 담배연기 문제를 놓고 주민과 편의점측간에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인근 아파트 주민 정모씨(45)는 "편의점에서의 음주와 소음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면서 "편의점에 항의를 해도 그 때 뿐이고 주인없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만 하소연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또 다른 주민 심모씨(35)는 "주말에는 사람도 많고 더 시끄럽다"며 "취객들 때문에 편의점 부근을 지나가는 것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편의점 주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도 당국의 단속을 바라고 있다. 편의점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원모씨(49)는 "편의점 앞 음주행위 때문에 손님이 없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술을 팔기 위해서 허가도 받고, 그에 대한 비용도 지불했는데 이럴꺼면 왜 허가증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당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상인 정모씨(54)는 "가게에 들렀다가 '편의점에서 먹자'면서 나가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며 "편의점 파라솔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엄연한 불법인데 왜 단속을 안하는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수많은 편의점을 모두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민원 위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B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 역시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편의점 파라솔 음주 민원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경찰과 합동단속으로 나가 계도 등 조치를 해도 파라솔을 잠시 없앴다가 설치해 영업하는 상황이어서 단속이 힘들다"고 말했다.

hyunkim@fnnews.com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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