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장기 영업권 필요" 건물주측 "재산권 제한"
서울시 상생특별법 등 준비
서울시 상생특별법 등 준비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상가세입자인 '우장창창' 대표와 건물주인 리쌍이 갈등을 겪으면서 상가 임대차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투명한 권리금 인정과 상가 임대 기간이다. 상인측은 상가임대차 특별법을 통해 권리금을 정확하게 인정받고 임대기간 또한 10년 안팎으로 장기화할 수 있도록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물주 입장에선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하기 어려워 과도하게 상인 위주로 특별법을 제정해선 안된다며 특별법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인측과 재산권을 강제해선 안된다는 건물주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학계에선 상가 권리금체계를 구체화해 보상안을 마련하는 등 시간을 두고 상생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상인들 “생존에 치명, 특별법 생겨야” vs 건물주 “법말고 융통성있는 방법 찾아야”
상인들은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상인들의 권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는 임대차계약기간이 최소 9년이다. 일본이나 영국은 건물주의 전근, 요양으로 건물을 비워야 하거나 건축물 노후화로 철거할 경우 등 신규임대차계약 거절 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 사실상 장기간 위치를 바꾸지 않고 장사할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법)에 따르면 임대차 상인들은 1년 또는 2년간 계약한 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최대 5년까지 영업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이 4억을 넘는 경우, 계약 기간은 물론 9% 임대료 상승 제한율도 보장받지 못한다. 아울러 재건축과 증·개축을 이유로 건물주가 사전고시만 하면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상인을 내보낼 수 있다.
지난 2012년 건물을 리쌍이 인수하면서 1층의 있던 우장창창 서윤수대표는 명도소송 끝에 처음 들어올 때 냈던 2억 7000만원의 권리금보다 30% 이상 낮은 1억8000만원을 받고 지하로 옮겨 장사를 계속해 왔다는 주장이다. 법적으로는 2016년 임대차계약 보장기간이 끝난 뒤 용도변경없이 주차장에서 장사한 것까지 신고당하면서 법원소송 끝에 강제철거로 결론이 났다.
서윤수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모임(이하 맘상모) 대표는 "절반 이상의 상인들이 단기간에 상가를 옮기면 자리잡지 못하고 재기하기 어렵게 된다"며 "특별법을 만들든 법을 고치든 상인의 살 권리를 외국처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다. 거액의 돈을 들여 건물을 매입했지만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에는 제한된다는 불만 때문이다. 특히 권리금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꺼리다. 권리금은 새로 들어오는 상가 세입자가 이전 상인에게 주는 프리미엄인데 이 금액이 서류상으로 정확히 근거가 남지 않는다. 권리금을 받는 이전 상가세입자가 이를 공식적인 소득원으로 국가에 신고하는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건물주 모임의 김대식씨는 "처음 시장경제에 맞겨야지 특별법으로 한쪽에 혜택을 주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며 "법에 미비점이 있다면 임대료 상한선제한을 매출액과 대비해 분명히 하고 권리금도 적정수준으로 손보는 등 보다 융통적인 방안부터 만들도록 해야한다"고 항변했다.
가로수에서 상가 임대차갈등을 지켜본 S공인중개인은 "건물주 역시 큰 돈을 대출받아 건물에 투자한다"며 "상인과 문제가 생겨 수익도 내지 못하고 대출이자만 까먹는 건물주도 많다. 그런데도 요즘 상인들 여론이 강해서 건물주들은 숨죽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정계·서울시 법개정 이어 특별법 추진 협력 중
정치권과 서울시는 상가법 개정과는 별도로 젠트리피케이션관련 특별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의원 외 18명이 일명 '맘상모법'을 공동발의하며 우선 기존 환산보증금 규정을 삭제하고 임차인에게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임대차 도중 언제든 권리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넣었다.
김민옥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상생협력팀 주무관은 "상생특별법은 초안을 마련해 22일 최종회의를 거쳐 더민주당 홍익표의원 주도로 발의할 예정"이라며 "또 오는 25일까지 자치구별로 장기 안심 상가 모집을 받아 거점을 정해 행정적인 지원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는 법으로 강제성을 주기보다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원책부터 속도를 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건물주의 재산권도 권리로 인정돼야 하며 특별법을 통해 단순하게 집주인규제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지원대상 상가를 명확히 하고 세제혜택 등 유인책을 통해 양측이 협상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상담과 분쟁 조정등 필요 시 이해당사자에게 적절한 보상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서울시와 자치구가 법보다는 상생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herok@fnnews.com 김진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