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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크라우드펀딩 동향] 투자형 넘어 자체 크라우드펀딩도 활발한 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2 17:04

수정 2016.08.02 17:04

중개수수료 경쟁 탈피
새로운 수익원 발굴 위해 외부자금 수혈에도 적극
지난 7월 중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의 종주국 영국에서 흥미로운 뉴스가 전해졌다. 영국 1위 펀딩 플랫폼인 '크라우드큐브'가 자체 크라우드펀딩으로 500만파운드(약 73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크라우드큐브와 비슷한 시기 독일의 컴패니스토 역시 자체 자금조달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실 해외 플랫폼들은 종종 자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왔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영국의 시더스와 신디케이트룸, 핀란드의 인베스도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이 자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주요 수익원은 전체 펀딩 금액에 일정 부분을 받는 펀딩 수수료다. 일부 플랫폼은 발행기업에 대한 컨설팅 비용, 투자자에 대한 수수료(플랫폼 사용료)를 수취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펀딩수수료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수수료율은 아무리 높아도 10%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들은 전체 시장의 파이가 어느 정도 커지기 전까지는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수익은 적지만 높아지는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는 고도화돼야 하고, 펀딩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기업을 실사하고, 공개정보를 검증할 인력도 많아야 한다. 경쟁사가 늘어나면서 마케팅 지출이 증가하고 때로는 수수료 인하 경쟁도 벌여야 한다.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수익화가 가능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해질 때까지 외부자금 수혈은 피할 수 없다.

물론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도 벤처캐피털(VC)이나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의 집단지성과 후원의 힘을 강조하는 펀딩플랫폼이 스스로 필요한 자금을 기관투자가로부터 조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크라우드큐브의 자체 크라우드펀딩에서 보름 만에 총 3300여명의 투자자가 목표액의 130%를 넘는 680만파운드(약 99억원)를 투자했고, 이 숫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드큐브가 세계에서 가장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발전한 영국에서도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약 30만명의 투자회원, 428개의 펀딩 상공사례를 보유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6개월을 넘어서고 있는 한국에서는 플랫폼의 자체 펀딩 자체가 불가능하다. 불편한 투자방법과 광고규제, 낮은 투자한도와 발행한도 때문에 시장 성장세 또한 폭발적일 것이란 기대는 적다.
아마도 대부분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은 낮은 수익성과 늘어나는 비용,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은 투자자 유입 때문에 고민하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하고 있는 플랫폼사들은 크라우드펀딩이 훗날 금융의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믿고 현실의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영국의 크라우드큐브처럼 한국 플랫폼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더 유연한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고훈 인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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