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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크라우드펀딩 동향] 美 크라우드펀딩 규제로 초기 성과 부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6 17:51

수정 2016.08.16 17:51

기업 발행한도 年100만弗
부수적 비용 5만~10만弗우수 스타트업 참여 저조
비상장 주식 거래 활발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아
미국에서는 한국보다도 3개월 늦은 지난 5월에야 비로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작됐다. 그 전에는 일정한 자산·소득요건을 충족하는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s)에게만 제한적으로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허용했다. 2012년 잡스법(JOBS Act) 3장(Title III)에 포함되어 법제화됐지만 그 구체적 시행안을 정하는 데만 4년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미국에서도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기존 적격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 제도와 구분하기 위해 모든 대중이 투자 가능한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레귤레이션 크라우드펀딩(Regulation Crowdfunding)', 줄여서 '타이틀3(Title III)' 또는 '레그CF(Reg CF)'라고 부르고 있다. 이 레그CF 규제를 받는 크라우드펀딩의 지난 3개월 성적은 어땠을까.

크라우드펀딩 리서치기관인 넥스트젠크라우드펀딩이 미국 내 7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제도 도입 후 3개월간 미국에서 최소 펀딩액을 넘어선 크라우드펀딩 합계액은 500만달러(약 55억원)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총 107개의 펀딩 캠페인이 시작됐고, 이 중 18개 기업만 최소 펀딩 목표액을 달성했다. 펀딩 성공률이 20%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평균 펀딩금액도 3억원 내외로, 미국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평균 초기투자 금액인 200만달러(약 22억원)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
즉 아직까지는 크라우드펀딩이 스타트업의 초기 자본조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도입한 미국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규제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간 발행한도가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불과하고 발행에 따른 부수적 비용이 5만~10만달러나 든다는 점이 좋은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유인을 줄여주고 있다. 이미 시행 전부터 미국에서는 이런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이미 법제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보다 5개월이나 먼저 시작된 한국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17개 기업이 펀딩에 나서 64개 기업이 103억원을 모으며 펀딩에 성공했으니 미국보다 훨씬 사정이 나아 보인다. 하지만 벌써부터 펀딩 성공률이나 펀딩 금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비슷한, 또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제가 있고, 일반 대중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필자는 미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한국보다 휠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그 이유는 미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한 비상장기업 주식시장이 한국보다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이 발행되는 크라우드펀딩 시장(프라이머리 마켓)의 활성화는 결국 크라우드펀딩으로 발행된 증권이 쉽게 유동화될 수 있는 시장(세컨더리 마켓)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준비 중인 KSM(KRX Startup Market) 도입이 지연될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사실 한국거래소에는 KSM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설 이유가 크지 않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발행된 비상장기업의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민간시장의 등장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일까.

고훈 인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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