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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세 한푼 안낸 대부업체] 일본계가 장악한 대부시장 '국부유출 우려'.. 법개정 시급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7 17:56

수정 2016.08.17 21:55

14조원 벌어들이고도.. 교육세 납부의무 없어
금융위 관리·감독 받지만 금융정책 사각지대 방치
2002년 유권해석이 문제..재경부 과도한 재량권 남용
은행·증권은 수천억 납세..공평과세 원칙 어긋나 정무위 법개정 검토
[교육세 한푼 안낸 대부업체] 일본계가 장악한 대부시장 '국부유출 우려'.. 법개정 시급

국내에 진출한 대부업체들을 교육세 납부 의무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유권해석이라는 정부 재량권을 과도하게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재정 및 법조 전문가들은 2002년 당시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리는 과정에서 교육세법 제정 취지 등을 면밀히 분석.이해하고 사법당국으로부터 법리적 해석을 받았다면 대형 대부업체를 포함해 8700개 이상의 등록 대부업체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보험업자들이 의무적으로 내는 교육세를 면제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평과세 확립 차원에서 관련법안 개정이나 법원소송 등을 통해 정부가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려 당연히 거둬야 할 세수를 거두지 않은 점과 국부 유출 우려 등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교육세 추징 규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재위원회는 관련법안이 제출되는 대로 이 문제를 공식 다루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상위 9개 업체 14년간 이자수익만 14조원대

17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매출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가 2002∼2015년 거둔 이자수익만 5조1756억원에 달했다. 상위 9개 업체가 14년간 올린 이자수익을 합하면 14조원대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연간 1조원대의 이자수익을 낸 것이다.

최근 일반 시중은행 이자율이 2~3%대임을 감안하면 10배가량 되는 고금리로 서민들과 기업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한다.
업체별로 국내 진출 시기가 약간 다르지만 대략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씩 이자수익을 낼 만큼 대부업계 시장은 최근 10년 새 급성장했다.

까다로운 대출심사와 신용등급 적용으로 은행 등 제1, 2금융기관에서 대부시장으로 내몰린 서민들에겐 은행권 대출이자는 2%대로 떨어졌지만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대부업체의 전체 대출 규모도 지난해 말 현재 13조원을 넘었고 6개월 전보다 1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일본계 대부업체가 우리 대부업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는 낮은 금리로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우리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로 이자를 벌고, 막대한 수익은 우리나라에 재투자 없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국부 유출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에야 금융위원회 관리.감독을 받게 됐지만 그동안 지하경제로 분류돼 정부 금융정책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온 것도 이들 급성장의 한 요인이 됐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이상한' 유권해석…막대한 세수 손실

문제가 된 부분은 교육세법 시행령 제1조(납세의무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전대부업자란 정부의 허가 또는 인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라고 명시된 부분이다.

2002년 당시 재경부는 대부업체가 정부 인.허가 대상이 아닌, 지자체 등록 대상인 만큼 이를 정부의 '인.허가'와 같은 법적효력으로 보고 등록 대부업체를 교육세 납부 의무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평과세 원칙도 중요하지만 서민부담 완화라는 정책적 요소가 고려돼 대부업체들이 교육세 납세 의무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부업체들이 교육세를 부담하면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감안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업체의 금리가 20%대 안팎으로 이미 은행 등에 비해 대출금리 수준이 높은 데다 서민들의 부담 완화는 정부가 정책의지만 있다면 다양한 제도개선이나 보완조치 등을 통해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법조 및 금융전문가들은 '등록'과 '인.허가'를 같은 법적효력으로 본 것 자체가 과도하게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며, 동일시했다면 교육세를 의무 납부 중인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과 같이 교육세 납부 대상자로 분류하는 게 교육세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고 공평과세 원칙에도 맞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전문가는 "유권해석을 너무 자의적으로 해 공무원 재량권 범위를 넘어섰다"며 "유권해석을 내리기에 앞서 법적 미비사항을 손질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은행 등 금융.보험업자들은 물론 그 밖의 대부업자도 모두 교육세를 내야 한다는 게 교육세법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조세 실무에 정통한 한 세무사는 "전국에 등록된 8752개의 대부업자 전체의 교육세 납부 의무가 없다는 것은 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 정부는 일단 법원 소송을 통해 법리적 해석을 받거나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법안 개정을 통해 공평과세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법 개정이나 소송 제기 등을 통해 대부업체도 교육세 의무 납부 대상자로 분류 시 가산세를 일부 포함해 전체 세수 증가액 예상 규모는 700억원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정 의원실은 추산했다.

■정무위.기재위 관련법 개정 논의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문제가 있다면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정재호 의원은 조만간 등록된 대부업체도 교육세 납부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교육세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되는 대로 정부의 유권해석 과정에 대한 규명과 함께 대부업체를 교육세 납부 의무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정 의원은 "서민들을 상대로 수백억, 수천억원대의 이자수익을 올리는 고금리 장사를 하면서 우리나라 재투자는커녕 국부 유출 우려까지 상존한다"며 "정부가 14년 전 법 정비를 통해 거둬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과도한 유권해석으로 막대한 세수가 새는 것을 방치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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