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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서울 도심 달려봐야 인프라 갖춰진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2 17:41

수정 2016.08.22 22:20

미국은 '자율주행택시' 시작하는데.. 갈길 먼 한국
우버, 포드와 손잡고 다음달부터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택시 무료 운행
"자율주행차 서울 도심 달려봐야 인프라 갖춰진다"

'자율주행택시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해 사용하는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택시기사가 아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가 운행하는 택시가 이용자를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글로벌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가 가장 먼저 자율주행택시에 시동을 걸었으며,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구글과 애플 등 정보기술(IT) 업체들도 택시와 카풀 서비스 등 대중교통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대중교통 시스템을 활용해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돌발상황을 접하고, 수시로 바뀌는 주변 점포와 도로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가 자율주행차 산업 활성화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당장 상시 운영하는 테스트베드가 없는데다, 테스트베드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실제 운용할 자율주행차 운용 주체가 없어 자칫 미래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버, 무료 택시서비스로 자율주행차용 데이터 수집 나섰다

22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는 포드, 볼보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기반 택시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달 안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운행하는 포드자동차를 투입해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힌 것.

이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율주행기반 포드 차량을 호출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 데이터를 시시각각 확보하는 게 필수요소인데, 우버는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무료서비스를 내세워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테스트베드를 직접 구축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심포지엄(AVS) 2016'에서도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 인프라 구축 논의가 통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즉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운전자의 실수뿐 아니라 도로와 신호체계 등을 잘못 설계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도심에도 자율주행차 다녀야 인프라 만들어진다"

서울대 서승우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 기술만으로는 사고율 90% 감소라는 극단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판교처럼 도심 속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자율주행차가 정기적으로 다녀 봐야 이에 맞는 자율주행 인프라를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퇴근 시간대를 포함해 시간대별로 어느 구간에서 자율주행을 했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면서 기존의 법과 제도, 인프라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테스트베드를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정보기술(IT)연구센터가 개발한 자율주행택시 '스누버(SNUber)'와 현대자동차그룹이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안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율주행택시 서비스 등도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신세다. 즉, 기술 역량은 갖췄지만 제대로 된 테스트베드가 없어 우물 안에서만 셔틀버스처럼 반복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동시에 정밀도로지도 데이터를 민간에 공유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민간기업들은 자체 기술개발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우버와 포드 사례처럼 서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뭉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밀지도 데이터를 민간에 공유하기 위해서는 도심형 테스트베드가 상시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이 안에서 자율주행을 하고 관련 데이터를 공유할 만한 업체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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