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7월, K씨 부부는 갑자기 아기의 피부가 창백해지고 토혈을 하는 증세를 보여 필사적으로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몇 가지 검사 후 즉시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아기는 곧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곧바로 여러 검사와 회복치료가 진행됐지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부부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이가 이미 뇌사에 이르렀다'는 것. 뇌초음파, 뇌파검사 등 신경학적인 갖가지 검사를 했지만, 아기에게 아직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를 찾을 수 없었던 의료진은 결국 잠재뇌사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출산한 병원에서 아기의 뇌에 혈종(血腫)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해 안심했던 터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아기의 마지막이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장기이식'을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겨우 73일된 어린 아기가 눈에 밟혀 쉽게 장기이식을 결정하지 못하던 부모는 결국 아기의 생명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기의 생명을 죽어가는 다른 환자에게 전하기로 한 것.
수술 후 1년이 지났고, 아기의 신장을 이식받은 수여자는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이식 수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1년 동안 이상 소견이 없었고, 검사 결과 신장이 완전히 자리를 잡아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아이의 생명이 잘 전해졌는지 걱정하던 아기의 부모에게 수술 결과를 전하던 의료진은 한 가지 소식을 덧붙일 수 있었다.
아기가 '국내 최연소 신장이식수술 공여자'가 됐다는 것이다. 아기를 기념할만한 것을 하나라도 더 찾아 전하고자 했던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직접 확인한 소식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이태승 교수는 "아기의 부모님께서 고결한 마음으로 장기이식을 결심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장기 이식은 마음아픈 선택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끝나지 않고 머무르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떠났지만 남은' 아기의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숭고함을 본받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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