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넘어 지역사회 변화 이끄는 이용걸 세명대학교 총장 특별인터뷰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 성공..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기 계발"
바이오·제약·화장품 기업 협력.. 충북 지역사회와 다양하게 소통
"세명대는 학생이 중심이 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학입니다." 충북 제천의 조용한 대학 세명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절반이 넘는 재학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지역 기업과 공무원이 참여하는 포럼, 산업연계 강화 등 캠퍼스를 넘어 지역사회까지 아우르는 변화가 한창이다. 변화의 시발점은 이용걸 세명대 총장. 지난해 4월 취임한 이 총장은 그동안 길지 않은 시간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대학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이 총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었다.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 성공..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기 계발"
바이오·제약·화장품 기업 협력.. 충북 지역사회와 다양하게 소통
―총장 취임 1년6개월이 돼간다. 학교 운영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우선 세명대를 학생 중심으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얘기가 있지만 대학은 학생이 중심이 되고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다.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했는데 재학생 8000여명 중 44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떤 프로젝트인지.
▲학생들이 학습.봉사.문화예술.취업 등에 대한 커뮤니티(동아리)를 만들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4000여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2000여명은 근처 원룸에 산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업이 끝나면 무엇을 하느냐고 묻곤 했는데 대부분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것이야말로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대학들은 저녁에 학생을 붙잡아 놓을 수 없지만 제천은 그게 가능하다. 이들이 모여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자. 그렇게 해서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운영비와 공간을 지원하고 지도교수도 참여시킨다. 이번 학기로 3학기째인데 학생들 스스로 발전시키는 모습이다.
―학사운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학생이 매력을 느끼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교수들이 시대적으로 적절한 교육을 하는지, 다른 대학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없는지 등을 점검했다. 학생들이 졸업하면 직장을 갖게 되는데 그동안 배웠던 것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전공지식이 중요한데 교수들에게 학생들의 전공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외국어나 정보화 부분에서 부족한 게 많았는데 방학 동안 기숙사를 개방해 '토익 완생(完生)' 'HSK 레벨업'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숙사, 수강료, 교재를 학교에서 전액 지원한다. 지난해 겨울방학 때 처음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서 지난 여름방학 때는 순식간에 마감됐다. 200~300점씩 점수가 올라간 학생들도 있다 보니 눈빛이 달라졌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임 2년차인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은.
▲학생 중심,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성공도 맛보고, 그렇게 느낀 성취감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디딤돌이 되도록 하자는 게 기본 정책이다. 세부적으로는 교양교육 과정부터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 인문적인 소양만 배우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세명대에서는 정보화, 글쓰기, 토익, 봉사는 반드시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 토익은 좀 더 강화할 예정이다.
―지방대학은 서울보다 불리한 점이 많은데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일부에서는 시장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하지만 지방대학은 서울지역 대학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갖는 대학의 역할 부분이다. 세명대의 경우 제천시 청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곧 젊은층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 제천시와 문화페스티벌을 같이 개최하는 등 문화의 중심지이고 지역의 싱크탱크이기도 하다. 대학의 활기가 지역을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역할도 한다. 지방기업들은 지방대학이 없다면 인재를 받을 기회가 없다. 시장원리에 맡기기에는 나라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적·공간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산학협력 등 지역에서 역할은.
▲충북도가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바이오, 제약, 화장품, 식품 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충북도에서 설립한 오송 화장품임상지원센터의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돼 내년 1월부터 가동을 시작하고 앞으로 중부와 영.호남지역 1200여개 화장품 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임상시험 성적서를 발급하게 된다. 2018년에는 오송 첨단복합단지에 세명대 피부과학연구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피부생리, 노화, 아토피 등 피부와 관련된 전문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명-오송을 잇는 이른바 '세명 바이오밸리가'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제천시와 논의를 거쳐 산학관 포럼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한 지역도시 사례를 소개했다가 추진된 것인데 그곳에서는 기업인과 교수, 공무원이 정기적으로 만나 조찬모임을 갖는다. 모임은 자연스럽게 분야별로 앉게 되는데, 기업인이 식사를 하며 애로사항을 얘기하면 관련된 전공교수와 담당공무원들이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업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소통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내년에 신설되는 학과들이 많은데.
▲항공서비스학과, 바이오제약산업학부, 화장품.뷰티생명공학부, 바이오식품산업학부를 신설한다. 항공서비스학과는 이스타항공, 진에어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었다. 나머지 3개 학부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화 학부다. 지난해 프라임사업에 신청하며 추진된 것으로, 학부별로 2개 학과씩 총 220여명을 모집한다. 세명대의 특성화 학과가 될 것이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준비는.
▲1주기 때는 중간 정도를 받았지만 2주기 평가는 더 엄격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체적 평가기준이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큰 것이 취업 등 교육성과라고 생각한다.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 기초적인 데이터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대응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가 학생들이 만족하는 대학으로 바뀌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적 인프라는 어느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지표들에 조금만 더 집중하면 좋은 성과를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
―하남캠퍼스 설립이 논란이다. 지역의 반대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하남캠퍼스는 우리학교 발전에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3년이 되면 수도권, 국립대, 의과대학 정원만으로 대학 신입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방대학이 존속할 근거가 미약해지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 대학도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도권에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 놓으려는 구상이다. 다만 우리 대학의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제천시, 교육부와 협의를 하고 우리의 어려움을 이해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전체 정원의 25% 미만인 400~500명 정도의 이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제천시가 우려하는 한의과 대학의 이전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남캠퍼스 추진은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현대차나 삼성전자가 해외에 많은 지사를 두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다. 하남캠퍼스는 대학과 제천시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틀이 된다. 세명대는 제천이 기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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