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아트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메탈에 새긴 시간, 그 시간 속에 담긴 빛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8 17:14

수정 2016.10.19 16:46

SINN.김진언 개인전 '트라문타나 한가운데 서다'
지중해 발레아릭의 작은섬 미노카에 머물며 10여점의 메탈작품 만들어
발레아릭의 추억-검정
발레아릭의 추억-검정

독일에 거주하면서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 SINN(진·한국명 김진언)의 개인전 '트라문타나 한가운데 서다(Middle of the Tramontana)'가 서울 효창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중해 발레아릭의 작은 섬 미노카에 머물며 영감을 받아 작업한 10여점의 메탈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대학시절 떠난 유럽여행 중 우연히 마주한, 어느 작고 어두운 성당 안으로 햇빛이 스며들어와 공간 속에 투영되었던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 그 아련한 기억은 작가가 작업에 대한 고민에 버거워할 때, 그녀를 깨우쳐주는 근원적인 힘과 신뢰를 제공해왔다.

■시간은 빛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시간은 빛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삶 속의 시간을 빛에 새기고 싶다."(작가노트 중)

작가는 어린시절 등산길에 보았던 돌들에 새겨진 수많은 글귀와 이름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키높은 나무들로 무성한 숲길에서도,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작은 카페의 탁자 위에서도 그런 것들을 보아왔다.

그 글귀와 이름들 속에는 그들이 다녀간 순간의 진실과 감성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순간의 진실과 감성 어린 추억의 흔적을 남겨놓고 싶어 하는 행위가 작가에게는 즉 칼로 빛을 드로잉 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는 소멸하지 않고 전환될 뿐이다

빛과 상호 반응하며 캔버스 역할을 하는 메탈(알루미늄)은 작가 사용하는 주요 재료이자 탐구 대상이다.

사포를 이용해 알루미늄판의 표면을 곱게 갈아낸 후, 그 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색을 입힌 메탈 위에 이미지를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여 긁어내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완성된 이미지는 우레탄 코팅으로 마무리되어 빛을 통해 아름다움을 뽐내는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효과를 낸다.

작가는 도시 건축물의 외관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메탈은 무엇보다도 '투영'과 '반사'의 효과가 특징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메탈의 물성은 동시에 자신의 작업의 기본 주제인 현대사회 내 소통과 상호관계를 보여주는 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트라문타나 한가운데 서다

패스트푸드에 미각이, 시멘트 먼지와 자동차 매연에 후각이, 쏟아져 섞여버린 소음에 청각이, 건물벽 가득 메운 네온과 광고판에 시각이 무뎌지는 일상이다. 또한 매일같이 쏟아져 내리는 사회적 이슈와 분주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현대사회의 일상이 우리들의 감각을 점점 무뎌지게 한다. 작가는 인간 내면의 감각들을 일깨워 충분히 느끼고, 추상적인 사고를 진정으로 즐기는 것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트라문타나'는 지중해 발레아릭에 불어오는 북서풍으로, 일반적으로 그 지역에서는 산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방향을 바꾸는 세찬 바람을 의미한다. 지중해 발레아릭의 작은 섬들은 작가가 도시적 일상의 타협에 익숙해져가며 지쳐갈 때 종종 찾아가 마음을 풀어놓는 곳이다.


사회에 맞춰지며 빛바래져 가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세차게 방향을 바꿔 그녀를 일깨워주는 그 바람과 섬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 전시를 통해 함께 느껴볼 수 있기를 작가는 희망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yuna.kim@fnart.co.kr 김유나 큐레이터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