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제민주화 파고든 엘리엇… 한국, 해외 투기자본 타깃 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6 17:50

수정 2016.10.06 22:07

엘리엇, 더민주 경제민주화법 악용 우려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기업 경영권 침해 가능성
대기업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제한해 우호지분 막아
경제민주화 파고든 엘리엇… 한국, 해외 투기자본 타깃 돼


행동주의 투기자본인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사실상의 경영권 개입을 요구하면서 국회에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과의 연관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외이사 확대, 유보금 배당 등 엘리엇의 주장이 야권이 무더기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핵심 내용들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투기자본의 '명분용'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엘리엇, '한국 정치지형' 노렸나

6일 재계에 따르면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반대 이후 잠잠하던 엘리엇이 돌연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배경에는 여소야대 구도의 20대 국회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엘리엇이 20대 국회에서 대기업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경제민주화 법안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엘리엇이 요구한 네 가지 사안들은 명목상 삼성의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과 주주 이익 환원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에게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행동주의 투기자본 특성상 재벌 개혁을 담은 경제민주화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여소야대 지형의 한국 정치지형을 고려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분석"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엘리엇 같은 해외 투기자본들은 자본투자 시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뿐 아니라 국가의 정치, 안보, 외교 등의 경영 외적요인들까지 철저히 분석하는 추세"라며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 정국도 엘리엇이 분명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소야대 구도의 20대 국회 들어 작년 삼성물산과 엘리엇 사태 이후 공론화됐던 '포이즌필' 등의 경영권 방어 법안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다중대표소송제, 공익법인지분 의결권 금지 등 기업지배구조를 뒤흔들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파고든 엘리엇… 한국, 해외 투기자본 타깃 돼


■경제민주화법, 투기자본 명분 전락하나

현재 국회에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들은 상당수가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상법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표의 상법개정안에는 해외 투기자본의 악용 소지가 높은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외국계 펀드가 지주사 지분 1.5%만 보유해도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경영진에 대해 악의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들이 소수 지분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 등이 발의한 상법개정안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자사주와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 우호지분 활용 가능성을 낮췄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작년 엘리엇 사태에서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전량 매입하는 '백기사' 역할로 삼성의 경영권 방어를 결정적으로 지원했던 자사주 활용이 원천봉쇄된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유력한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법안들도 있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자사주 분할신주를 배정할 경우 아예 법인세를 부과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LG, SK 등이 지주사로 전환시 비용부담 없이 지주사 전환이 가능했지만 삼성은 막대한 법인세 부담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법이 외국인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법이 배당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의 투자 확대를 이끌 측면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헤지펀드 같은 해외 투기세력들이 빠르게 지분을 털고 나가거나 소수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을 간섭할 경우 국부 유출과 내수 붕괴 등의 피해를 막을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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