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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쪽지예산, 김영란법에 저촉" 발언 일파만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1 17:53

수정 2016.10.11 18:22

여야 "의원이 예산 자기 주머니에 챙기나" 전문가 "공개논의 없는 예산청탁이 문제"
권익위는 "위법 아니다" 차후 심도있는 논의 필요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쪽지예산'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이에 본격적인 예산심의을 앞둔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지역예산 따내기가 국회의원 본연 공적 임무중 하나인 데다 공익적 부분까지 김영란법 적용대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과 기능을 제약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예산은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추후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김영란법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목적의 지역구 사업으로 반영되는 쪽지예산은 위법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려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 쪽지예산도 청탁?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쪽지 예산'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쪽지 등에 적어 공직자나 국회 예결위원들에게 건네는 것을 말한다. 매년 하반기 예산정국때마다 각 상임위에서조차 거론되지 않은 사업부문까지 끼워넣기식으로 반영돼 정치권의 불합리한 관행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대선이 없는 해는 통상 약 7000억원 규모였다가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는 1조 7000억원을 웃돌기도 했다.


앞서 기재부 송언석 2차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쪽지예산'이 공익성에 관해 판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김영란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차관은 "법에는 공무원이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며 "현장에 있는 예산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판단할 근거나 권한이 없어 신고해야 하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은 이날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말이 쪽지예산이라 거북할 수 있지만, 의원들이 예산을 확보하는 게 자기 주머니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민원사업이나 교육사업 뭐가 됐든 공익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두고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구 민원성 예산 따내기 자체가 국회의원 본연 임무인 데다 공익적 부분인 만큼 '청탁'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의정활동 자체를 하지말라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 여야, "고유 의정활동의 청탁 간주는 무리"
5선인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쪽지예산이 법에 저촉된다면 정부가 급하게 긴급법안을 가져와서 통과해달라는 것도 청탁 아니겠냐"며 "권익위에서 쪽지예산을 두고 김영란법이 저촉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했고 주광덕 예결위 간사가 이를 송 차관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쪽지예산으로 의정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도 "권익위가 쪽지예산을 두고 법상 예외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면서 "만일 쪽지예산 부탁이 있더라도 국민적 비판의 대상은 되겠으나 김영란법 위반사항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익위는 국회의원이 공익을 위해 지역구 사업 등을 쪽지예산 형태로 요청하는 행위는 부정청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예산부처인 기재부가 상반된 견해를 내놓은 만큼 앞으로 쪽지 예산 위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쪽지예산의 비정상적 절차와 부정적 기능에 대한 정치권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구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에 국회의원이 예산 배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쪽지예산은 공개적인 논의절차 없이 반영되는 예산이기 때문에 공개된 절차와 논의를 통해야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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