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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김홍도 '서호방학도' 속세를 떠난 시인의 유유자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3 17:56

수정 2016.10.13 17:56

[그림산책] 김홍도 '서호방학도' 속세를 떠난 시인의 유유자적

속세를 떠나 매화와 학을 벗 삼아 유유자적의 삶을 추구했던 북송의 시인 임포(967~1028)의 모습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서호방학도'다. 종폭의 화면에 풍성하게 피어난 매화를 근·중·원경에 고루 배치하고 대부분의 공간을 여백으로 두어 안개 어린 서호의 정경을 아련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매화꽃에 얹은 호분과 인물의 얼굴, 두루미의 묘사에 채색을 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묵조로 담담하게 처리해 고요한 산골의 시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탈속과 청절의 의미를 담은 '서호방학도'는 일제강점기 '경성구락부 미술경매'에서 경매됐던 작품으로, 당시 도록에 실린 모습과 보존 상태가 거의 일치하며 요결 부위에 심을 넣어 장황(粧潢)하는 일본식 표구 형태로 보아 일본인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던 것을 국내 소장자가 다시 사들여 고국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품에는 위창 오세창(1864~1953)이 인기를 적어놓았고 상자에는 송은 이병직(1896~1973)의 소장품임을 확인한 수결이 있으니 이는 단원의 '서호방학도'가 당대 최고 수장가들의 이목을 끌던 작품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은 우리 민족이 어렵던 시기 경매로 나와 일본인의 손에 들려 고국을 떠났다가 굴지의 수장가들로 인해 다시 돌아오게 되는 수난을 겪었다.
당시 일본인 소장자도 단원의 명성과 화격을 알고 있었기에 최고의 대접을 했겠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한 수장가들이 있어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단원의 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지금이 있지 않았나 싶다.
최고의 화원으로서 후대에 미학적 울림을 전하는 천재 화가 단원의 '서호방학도'는 우리 문화재로서 다시는 부침이 없어야 할 소중한 김홍도의 유산 중 하나다.

음정우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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